대통령 의지 속 60명으로 줄여…지방자치단체장 262→44명 대폭 감축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인구 680만명의 중미 엘살바도르가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 속에 의원정수를 30% 가까이 줄였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8일(현지시간) 의회 의석수를 84석에서 60석으로 24석(28.5%) 감축하는 법안 개정안을 관보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6일 의회에서 관련 법안을 가결한 데 이어 7일 나이브 부켈레(41) 대통령이 서명한 데 따른 최종 절차다.
개정안은 내년 2월 4일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총선부터 적용된다.
정부는 이번 결정으로 "국가 지출을 줄이고, 투표의 평등을 촉진하며, 민주적 선택을 수행하고, 국민에 유리한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부켈레 대통령도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 조처는 1992년 체결한 '가짜' 평화협정 이전으로 의석수를 되돌리는 것"이라며 대의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결정이라고 역설했다.
엘살바도르에서는 12년간 이어진 내전(1980∼1992년) 이후 체결한 평화협정을 통해 의원수를 84석(임기 3년 단원제)으로 정했는데, 부켈레 대통령은 이를 '정치적 담합'으로 치부하며 협정 의미 자체를 깎아내리는 듯한 의견을 견지하고 있다.
개정된 법안에는 또 현재 262명인 지방자치단체장을 44명으로 대폭 제한하는 규정도 담겼다.
인권 탄압에 대한 국내·외에서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에도 강력한 갱단 척결 정책으로 주민들의 지지를 받는 부켈레 대통령은 자신의 정책을 추진하는 데 거침없는 행보를 보인다.
최근에는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하며 "많은 자치단체장과 정치인들이 도둑질에만 전념하며 주민들로부터 사익을 취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엘살바도르 시민단체인 '시민행동'은 그러나 의원정수 감축이 집권당 '새로운 생각'과 대통령의 치밀한 계산에 따른 결정이라고 분석했다고 중남미 지역 매체 인포바에는 보도했다.
'시민행동' 정치 분석가인 에두아르도 에스코바르는 "집권당이 과반을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통제를 강화하려는 것"이라며 "야당이 대부분 '삭제'될 위기에 처한 가운데 선거구 변경을 통해 집권당은 최대 80% 이상 의석을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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