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월 한국과 대만으로부터 수입도 50% 가까이 줄어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미국의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고강도 규제와 공급망 디커플링(분리) 움직임 속에 1분기 중국의 반도체 장비 수입이 23%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의 자료를 인용, 1분기 중국 회사에 판매된 반도체 장비 규모는 전년 동기보다 23% 줄어든 58억6천만 달러(약 7조6천억원)라고 9일 보도했다. 작년 4분기보다는 8%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 중국에 판매된 반도체 장비가 전년 동기보다 27% 급증한 76억 달러(약 9조9천억원)에 이르렀던 것과 대조된다. 당시 중국은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시장이었다.
그러나 올해 1분기 수입 규모가 줄어들면서 중국은 반도체 장비 판매시장 1위 자리를 대만에 내줬다. 3위는 한국이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 18㎜ 이하 공정 D램 ▲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 14㎜ 이하 로직 칩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내용의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해당 조치는 곧바로 중국에 영향을 미쳤다.
중국 세관 자료에 따르면 1∼4월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수입한 반도체 장비와 다른 기계는 전년 동기보다 약 50% 급감한 10억5천만 달러(약 1조4천억원)어치에 그쳤다. 웨이퍼·집적회로(IC)·평판 디스플레이 생산 등에 사용되는 장비들이다.
같은 기간 일본으로부터의 반도체 장비 수입은 전년 동기보다 12% 줄어든 35억 달러(약 4조5천억원) 규모였다. 현재 중국이 수입하는 반도체 장비 중 일본산의 비중이 1위다.
1∼4월 중국이 한국과 대만으로부터 구매한 반도체 장비도 전년 동기 대비 약 50% 줄었다.
일본이 7월부터 첨단 반도체 장비·소재 23종의 수출 규제를 강화할 예정이고, 네덜란드도 유사한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중국 기업들은 장비 수입이 막히기 전에 서둘러 이를 비축해 두려 하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SMIC(中芯國際·중신궈지)는 핵심 장비 확보가 어려워져 베이징 신축 공장에서 제품 양산이 1∼2개 분기 늦춰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중국의 반도체 장비 수입은 줄어들었지만, 세계 다른 지역에서는 반대의 흐름이 나타났다. 미국 등이 자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SEMI 자료에 따르면 1분기 세계 반도체 장비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9% 증가한 268억 달러(약 34조8천억원)로 나타났다. 북미 지역 매출이 약 50% 불어나 세계 주요 지역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대만의 장비 수입 규모는 전년 동기보다 42% 증가했고, 유럽에서의 매출은 19% 늘어났다.
SEMI는 "1분기 반도체 장비 매출은 거시경제 역풍과 어려운 산업 환경에도 왕성했다"며 "인공지능(AI), 자동차 등의 주요 기술 발전을 지원하는 데 필요한 장기 전략적 투자를 위한 기초여건은 건전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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