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가입자 유치 위해 '0원 요금제' 봇물…업계·소비자단체 "구조 달라져야"
(서울=연합뉴스) 오규진 기자 = 알뜰폰 사업자들이 최근 경쟁적으로 '0원 요금제'를 내어놓으면서 업계에서는 오히려 이들의 자생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가 운영하는 알뜰폰 정보 제공 사이트 '알뜰폰허브' 등에 따르면 국내 알뜰폰 사업자들이 판매하는 이른바 '무약정 0원 요금제'는 43개로 나타났다.
최대 70∼80개 수준이었던 지난달 말과 비교했을 땐 40% 가까이 줄었다.
이는 이동통신 3사의 '영업 인센티브' 정책 변경 때문으로 풀이된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이동통신망 사업자로부터 신규 가입자 수에 따른 인센티브를 받는데, 4월부터 이동통신 3사 간 알뜰폰 망 경쟁이 달아오르면서 인센티브 지급이 늘어났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가입자 유치를 위해 약정 없이 롱텀에볼루션(LTE·4세대 이동통신)을 5∼12개월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요금제를 경쟁적으로 선보였다.
도매대가 이하 요금제를 출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중·대형 사업자들까지 이런 흐름에 편승했는데, SK텔레콤[017670]의 '알뜰폰 영업팀' 신설이 도화선이 됐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로 4월 말 기준 LTE 가입 회선 수는 4천631만1천 명으로 전월 대비 31만6천 명 늘었는데, 이는 3월 한 달 동안 증가한 회선 수(2만9천 명)의 10배에 달했다.
여기에 가정의 달 특수로 휴대전화 단말기 교체 수요까지 겹치면서 지난달 역대급 '인센티브 파티'가 벌어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하지만 SK텔레콤과 KT[030200]가 5세대 이동통신(5G) 청년요금제를 출시한 이달 초부터 영업 인센티브 기조가 바뀌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동통신사들이 알뜰폰 사용 빈도가 높은 청년 세대를 위해 저렴한 요금제를 내놓으면서도, 영업 인센티브를 줄여 알뜰폰 회선으로 이탈을 막는 '양면 전술'을 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5월에는 경쟁적으로 인센티브를 받고 시장 파이 키우겠다는 기조였다면, 6월에는 규모가 큰 사업자 몇 곳이 역량을 앞세워 남아있는 인센티브를 위해 스퍼트를 올리는 정도"라고 바라봤다.
이에 알뜰폰 사업자들은 예정된 0원 요금제 프로모션 기간을 단축하고, 기존 혜택을 축소하는 등 긴축 기조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선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앞으로도 알뜰폰 시장이 이동통신 3사의 이해관계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다른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이런 흐름으로 가면 알뜰폰은 값싼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동통신사 유통망 이상으로 성장할 수 없다"면서 "실질적인 경쟁 사업자가 되기 위해선 설비 투자로 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도 "(영업 인센티브에 의존하는 구조로는) 알뜰폰 사업자들이 지속 가능성을 가지긴 어렵다"면서 "경쟁력 있는 사업자 중심으로 재편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cd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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