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네스버그 공연서 1천명 관객 기립박수…커튼콜만 5번
"남아공 관객 정말 '나이스'…恨, K클래식 각광 비결"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지난 8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비트바테르스란트(WITS) 대학 린더홀.
'K클래식'의 젊은 주역 피아니스트 박연민이 연주를 마치자 1천석이 넘는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이 일제히 기립박수를 치고 브라보를 연발했다.
박연민은 3번의 커튼콜 끝에 가장 즐겨 연주하는 곡 중 하나인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를 앙코르곡으로 선사했다. 이후에도 2번의 커튼콜이 추가로 이어졌다.
이달 초부터 남아공에서 3주간 머물며 요하네스버그와 케이프타운, 블룸폰테인, 더반 등 전국 순회공연에 나선 박연민을 지난 9일 샌튼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남아공에 두 번째 온 건데, 여기 분들은 정말 '나이스(nice)'한 것 같다"며 "어제도 관객분들이 너무나 열광적으로 반응해주셔서 많은 기운을 얻고 간다"고 말했다.
박연민은 8일 공연에서 요하네스버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해 리스트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했다.
앞서 지난 4일에는 하우텡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협연했다. 두 곡 모두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한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박연민은 "보통 첫 연주라고 하면 완성도 측면에서 부족할 수 있다"면서 "그런데도 '나이스'한 관객과 오케스트라, 지휘자들 덕분에 마음이 무척 편했다"며 활짝 웃었다.
관객들의 높은 호응에 더반에서 리사이틀(독주회)과 마스터클래스(공개강의) 일정이 추가되기도 했다고 그는 귀띔했다.
제일 좋아하는 작곡가를 묻자 "가장 자주 받으면서도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라며 "최근에는 프란츠 리스트라고 말한다"고 답했다.
그는 지난해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리스트 콩쿠르 준우승을 계기로 한국과 해외에서의 공연 스케줄이 빼곡하게 잡혔다. 이번 순회공연에서도 리스트의 작품을 중심으로 무대를 꾸몄다.
박연민은 좋아하는 곡도 하나만 꼽기는 어렵다면서 앙코르곡으로 연주한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와 함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과 3번을 꼽았다.
그러면서 "피아니스트치고는 손이 작은 편인데, 작은 손으로 연주하기에 물리적으로 어려운 리스트나 라흐마니노프 곡을 연주하면서 '이런 손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좋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3일 귀국길에 올라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예정된 독주회에서도 전곡을 리스트의 작품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어 다음 달 초에는 에콰도르 공연에 이어 같은 달 말 다시 한국 공연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올해 만 33세가 되는 박연민은 음악가로서의 뚜렷한 신념과 의지가 담긴 연주로 주목받는 'K클래식'의 젊은 피아니스트다.
2021년 제오르제 에네스쿠 음악 콩쿠르 우승과 작년 위트레흐트 리스트 콩쿠르에서 준우승으로 작곡가에 대한 차별화된 해석을 선보였다는 평을 받는다.
2014년 금호영아티스트콘서트로 데뷔한 그는 서울대학교 음대 졸업 후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에서 석사과정을 거쳐 최고연주자 과정까지 마쳤다.
그에게 최근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김태한의 우승 등 K클래식이 주목받는 비결을 물었더니 주저 없이 말했다.
박연민은 "한국인은 목표 의식이 뚜렷하고 어떤 일을 해내려고 노력하는 열정과 의지가 대단하다"며 "또 한(恨)이라는 감정, 내재한 그런 애환이 클래식 음악과 잘 화합이 돼서 표현을 잘 해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피아노를 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묻자 그는 "전공자들에게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고 말해주고 싶다"며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하는 사람이 결국 잘될 거라는 믿음을 갖고 열심히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비전공자들은 계속 즐기면서 기쁨을 느끼며 음악을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어떤 음악가가 되고 싶은지 포부를 물었다.
그는 "평생 무대 위에서 연주할 수 있는 피아니스트가 됐으면 좋겠다"며 "아직 연주해보지 못한 좋은 음악도 너무 많고 들려드리고 싶은 음악도 너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속 음악을 공부하고 배워나가면서, 또 연주하면서 그에 따른 즐거움을 계속 느끼면서 살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hyunmin62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