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록밴드 매니저로 활동…러 검열에 불만 제기 전력"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러시아 당국이 또다시 자국 내 미국인을 구금했다고 미국 CNN 방송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모스크바 카모브니키 지방법원은 전날 텔레그램으로 공유한 성명을 통해 미국 국적의 전직 공수부대원이자 음악가인 마이클 트래비스 리크를 최근 구금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트래비스가 "젊은이들을 끌어들여 마약 사업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어 예방적 조치를 한 것"이라면서 8월 6일까지 구금 상태로 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국무부는 미국 시민이 러시아에서 구금됐다는 소식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가능한 빨리 영사 접견이 이뤄지고 모든 적절한 영사 지원이 제공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현지 언론들은 이미 8일부터 트래비스가 자택에서 체포됐다고 보도해 왔다. 트래비스는 경찰 조사에서 "내게는 죄가 없다. 내게 무슨 혐의가 씌워졌는지조차 모른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트래비스가 현지 록밴드 '로비 노치'의 매니저로 활동해 왔으며 주변인들은 그가 과거 언론 자유를 주장하며 러시아 당국의 검열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작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자국을 제재하고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원조를 제공한 것과 관련해 갈등을 빚어왔다.
그런 가운데 러시아에 체류하던 미국인이 체포되는 사례도 늘었다.
작년 2월에는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스타 브리트니 그라이너가 의료용으로 처방받은 대마오일을 갖고 러시아에 입국하려다 마약 밀반입 혐의로 체포돼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가 같은 해 12월 미국에서 장기 복역 중이던 러시아 무기상과 맞교환 형식으로 풀려났다.
최근에는 미국 유력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러시아 특파원인 에반 게르시코비치 기자가 스파이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러시아 당국이 미국인 기자를 간첩 혐의로 구금한 건 1991년 냉전 종식 이후 첫 사례다.
러시아는 미 해병대 출신으로 기업 보안 책임자로 일하던 미국인 폴 휠런도 2018년 간첩 혐의로 체포해 구금 중이다. 미 정부는 이들을 석방하기 위해 죄수 교환과 일부 제재 완화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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