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대반격' 인정 후 첫 성과…"도네츠크주 방면에 전력 집중"
NYT "1차 방어선 넘었는지는 불분명"…러는 "우크라군 반격 격퇴"
(서울·이스탄불=연합뉴스) 노재현 유철종 기자 조성흠 특파원 = 우크라이나가 수개월 동안 준비한 러시아 점령지 탈환 작전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구체적인 전황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최소 4개 전선에서 반격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BBC 방송,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동남부 도네츠크주의 4개 마을을 되찾았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부 차관은 전날 우크라이나군이 도네츠크주의 마카리우카와 블라호다트네를 탈환했다고 밝혔다.
말랴르 차관은 우크라이나군이 남부 전선에서 러시아 점령지 2개 방향으로 300m에서 1천500m를 진격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육군 제68 특전여단은 페이스북에 군인들이 블라호다트네에서 우크라이나 국기를 게양하는 동영상을 올렸다.
또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국경수비대는 "도네츠크 지역의 네스쿠치네 마을에 다시 우크라이나 국기가 걸렸다"고 밝혔다.
이어 이날은 우크라이나군이 인근의 최전방 마을 스토로제베까지 수복했다.
이들 마을 탈환은 우크라이나가 대반격에 나선 것을 사실상 인정한 뒤 발표한 첫 성과로 평가된다.
우크라이나가 탈환했다고 밝힌 4개 지역은 약 3마일(4.8㎞)에 걸쳐 있는 비교적 작은 마을들이다.
특히 수많은 교전 속에 이미 폐허가 된 블라호다트네는 전쟁 전에는 주민 1천명가량이 살았던 작은 마을이다.
도네츠크주 동부 초격전지인 바흐무트로 연결되는 보급로로서 전략적 가치가 있고 남쪽으로는 러시아가 점령 중인 마리우폴에서 95㎞ 떨어져 있다.
우크라이나가 며칠 사이 4개 마을을 되찾은 것은 지난해 11월 남부 헤르손 수복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빠른 진격이지만, 러시아의 주요 방어선 돌파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바흐무트를 겨냥한 공세도 계속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랴르 차관은 텔레그램을 통해 "우리 부대가 바흐무트에서 공격 작전을 계속하고 있다"며 "베르호베 저수지 지역에서 성과가 있었다. 우리는 250m를 전진했다"고 밝혔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이날 우크라이나군이 주말 사이 최소 4개 전선에서 반격을 개시했다고 분석했다.
ISW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이 반격에 나선 곳은 루한스크주 빌로호리우카, 도네츠크주 북부 바흐무트, 오리히우를 비롯한 자포리자주 서부, 도네츠크주 서부 벨리카 노보실카 등이다.
우크라이나군이 서방이 지원한 전차 등을 앞세워 일부 점령지를 탈환했지만, 러시아군 방어망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ISW는 "러시아군은 여전히 위험하고 우크라이나군이 확실히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NYT는 "(우크라이나가 되찾은) 마을들이 러시아의 1차 방어선 너머에 있는지 분명하지 않다. 우크라이나가 그것들을 돌파했는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러시아군에 맞선 우크라이나의 성과는 비용이 크게 들고 많은 사상자를 초래할 개연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편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군이 현재 도네츠크주 방면에 공격을 집중하고 있지만, 러시아군이 잘 방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고리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지난 하루 동안 도네츠크 방면에서 8차례의 우크라이나군 공격을 격퇴했다"고 밝혔다.
그는 도네츠크주 주도 도네츠크 서부의 마린카와 도네츠크 북부의 아우디이우카에서 가장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다면서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의 방어선을 뚫는 데 실패했다"고 전했다.
도네츠크주에 세워진 친러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정부 고문 얀 가긴은 "우크라이나군은 현재 도네츠크를 가장 유망한 방면으로 보고 있다"며 "이미 상당히 많은 전력을 이곳으로 집중시켰고, 병력과 군사장비를 계속해 집결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국방부는 또 남부 자포리자 지역으로 진격해오던 우크라이나 지상군의 공격도 격퇴하는 등 곳곳에서 우크라이나군에 타격을 줬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군은 12일 새벽엔 자포리자주 주요 도시 멜리토폴에 포격을 가했다고 자포리자주의 친러 행정부 위원 블라디미르 로고프가 자신의 텔레그램 계정을 통해 전했다.
AFP 통신은 우크라이나 군인들을 인용해 지난 8일 자포리자주 동남부에서 공격에 나선 우크라이나군이 서방에서 제공받은 미국산 브래들리 장갑차 9대 가운데 6대를 잃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밖에 남부 헤르손 지역으로 날아온 우크라이나 공군의 수호이(SU)-25 전투기를 격추했고 우크라이나가 수상 드론 6척을 동원해 흑해에서 활동 중이던 자국 해군 함선 '프리아조프'를 공격하려 했지만 실패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은 러시아군이 헤르손주 섬 지역에 있는 우크라이나군의 곡사포와 다연장로켓발사 차량(MLRS)을 파괴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신중하게 반격에 나서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벤 호지스 전 유럽 주둔 미군 사령관은 "지금까지 우크라이나는 제한된 병력만 쓰고 있다"며 "아마 주요 공격지가 어디가 될지를 놓고 러시아를 혼란스럽게 하려는 의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공군력이 러시아에 밀리는 상황에서 대반격 초기 지상군의 공격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0일 키이우를 방문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회담한 뒤 러시아군에 대한 반격 작전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가 오랫동안 준비한 대반격에 나섰음을 사실상 처음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NYT는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에 대해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가장 큰 군사작전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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