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서호·대운하·량주고성 보유…IT·인터넷 융성 현대도시 면모도
중국, 제로코로나 폐기 후 대외개방 기조 대대적으로 알리는 무대 삼을 듯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9월 23일 개막하는 제19회 아시안게임 개최지인 중국 동부 연안의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는 '하늘에는 천당이 있고, 땅에는 소주와 항주가 있다(上有天堂, 下有蘇杭)'는 속담에서 보듯 빼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항저우와 베이징을 잇는 징항(京杭) 대운하, 서호(西湖·시후) 호수, 량주(良渚) 고성 등 3개의 세계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서호 주변 관광 명소인 '서호 10경'과 중국 전통의 차(茶) 문화로도 유명하다.
항저우의 '반전'은 이런 문화적인 매력과 함께 산업적 경쟁력도 겸비했다는 점이다. 저장성의 성도이자, 인구 1천200만의 대도시인 항저우는 중국의 대표적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 알리바바 본사가 있는 정보기술(IT) 산업의 핵심 도시이기도 하다. 중국의 대표적 국산 자동차 메이커 중 하나인 지리자동차도 이곳에 자리 잡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 체제하에서 '국진민퇴(國進民退·국유기업은 흥하고, 민간 기업은 퇴조한다)' 경향이 강화했다고 하지만 항저우와 저장성은 중국에서 민간 기업들의 경제 기여가 특히 큰 곳이다.
저장성에서 민간 기업은 총생산의 60%, 세수의 70%, 수출의 80%, 취업의 80%를 각각 책임지고 있다. 기업의 단순 숫자만으로도 90%가 민간 기업이다.
주로 경기가 열리는 곳은 항저우이지만 그 외에도 닝보, 원저우, 후저우, 사오싱, 진화 등 5개 다른 주변 도시를 포함해 저장성 내 6개 도시 56개 경기장에서 대회가 치러진다.
이 가운데 신설한 경기장은 12곳이며 나머지는 리모델링하거나 있는 경기장을 그대로 사용함으로써 효율을 꾀했다. 이미 작년 3월 56개 전 경기장과 31개 훈련장 준비를 완료했다고 대회 주최 측은 밝혔다.
특히 '작은 연꽃'이라는 애칭을 가진 테니스경기장이 이번 대회를 계기로 '명소'의 자리를 예약하고 있다. 8개의 꽃잎 모양 금속 지붕을 회전식으로 여닫을 수 있는 돔 경기장으로, 돔 개폐 때 공중에서 보면 장관이라고 한다.
주최 측은 친환경, 저탄소, 지속가능성을 테마로 경기장을 준비했다.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경기장 전력 공급 시스템과 친환경 차량을 활용한 수송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주최 측은 최근 개최한 설명회에서 밝혔다.
또 탁구와 브레이크댄스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이 대회 후 일반 대중이 수영, 배드민턴, 농구 등을 즐길 수 있는 공공 피트니스센터로 사용될 예정인 것을 비롯해 경기장들을 생활체육 시설로 적극 활용할 구상이다.
대회의 각 요소는 항저우의 전통과 현재를 대표한다.
마스코트는 '강남을 기억하다'라는 의미의 '장난이(江南憶)'라는 중국어 이름과 '똑똑한 세쌍둥이(Smart Triplets)'라는 영어 이름을 가진 3개의 로봇이다. '장난이'라는 중국어 이름은 당나라 시인 백거이의 시 '이장난(憶江南)'에서 따왔다.
로봇 각각의 이름은 '충충(琮琮)'과 '롄롄(蓮蓮)', '천천(宸宸)'이다. 이중 충충은 항저우시에서 발견된 5천년 전의 신석기 시대 문화 량주 유적, 롄롄은 항저우의 상징인 서호의 연꽃잎을 각각 상징하고, 천천은 베이징과 항저우를 잇는 대운하에 놓인 다리 이름에서 따왔다. 항저우가 보유한 세계문화유산 3개를 형상화한 마스코트인 셈이다.
또 'IT도시'답게 횃불이란 뜻의 '신화(薪火·신훠)'로 명명된 공식 성화 외에 '디지털 성화'도 내놓았다. 고유번호를 부여하고 복제 방지 기술을 적용해 구입자가 영구소장할 수 있게 했다.
대회 슬로건은 '마음이 서로 통하면 미래가 열린다'는 의미를 담은 중국어 '심심상융, @미래(心心相融, @未來)'이며, 영어로는 'Heart to Heart, @Future'다. 인터넷 기호를 사용함으로써 인터넷 도시 항저우를 상징했다.
이번 대회는 1990년 베이징, 2010년 광저우에 이어 중국이 3번째로 개최하는 아시안게임이다. 따라서 국민적 관심도는 현재로선 지난해 2월 수도 베이징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에 크게 못 미치는 실정이다. 아직 관영 매체 등에서 대대적으로 대회를 홍보하는 단계는 아니어서 그런 측면도 있어 보인다.
중국은 올 초 '제로 코로나' 정책 폐기 이후 '방역 만리장성'을 헐고 다시 문을 열었음을 대대적으로 알리고, 대회 계기에 중국을 찾을 각국 고위 인사들과의 소통 기회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100개 안팎 국가 정상의 참석을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상 포럼과 함께 이번 아시안게임을 중국의 국력을 과시하고 외교적 우군을 다지는 기회로 삼을 전망이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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