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찬룽 인민대 교수 "시 주석, '전쟁의 위험' 언급한 것"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서방과의 갈등도 불사하는 극단적인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고 연이어 강조함에 따라 그가 전쟁 같은 사태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지 주목된다.
실제 시 주석은 지난달 30일 열린 제20기 중앙 국가안전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최악의 상황과 극단적인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 높은 풍랑과 거칠고 사나운 파도, 위험한 폭풍우에 맞설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 안보가 직면한 복잡하고 험준한 형세를 깊이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이어 지난 6일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극한 상황에서 국가 경제의 정상적인 운영을 보장하려면 중국 내부 시장이 강화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시 주석의 이 같은 언급은 국가 안보는 물론 경제 분야까지 극단적인 시나리오가 준비돼야 한다고 촉구한 것으로 풀이됐다.
눈여겨볼 대목은 시 주석의 이런 발언이 미중 양국 간에 관계 개선 노력이 이뤄지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이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에 박차를 가하면서 미중 대립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신냉전' 위기가 초래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미중 양국은 나름대로 관계 개선 노력을 해왔다.
지난달 10∼11일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당 중앙 외사판공실 주임)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회동한 데 이어 같은 달 19∼21일 일본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종료 후 바이든 대통령도 미중 관계 해빙 가능성을 언급했다.
지난 2월 방중을 계획했다가 중국 '정찰 풍선(중국은 과학연구용 비행선이라고 주장)'의 미국 영공 진입 사건을 둘러싼 갈등으로 해당 일정을 취소했던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중이 다시 조율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중국의 미중 관계 개선 모색과 동시에 나온 시 주석의 '극단적 시나리오 준비' 주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미국이 미중 관계가 '가드레일'을 벗어나 노골적인 갈등으로 치닫는 걸 막는 데 치중한다면, 중국은 핵심 이익이라고 강조해온 대만 문제 등과 관련한 '레드 라인'을 미국이 넘지 않길 원한다고 WSJ은 진단했다.
시 주석은 그동안 미중 관계가 방향이나 속도를 잃지 않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시 주석의 이런 의지는 미국과 극단적인 갈등도 불사하는 중국 당국의 위험한 행위로 표출되고 있다.
실제 지난 3일 대만해협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군함이 미 해군 구축함에 150m 이내로 접근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졌다.
중국 인민대학의 진찬룽 교수는 시 주석의 이 같은 주문에 대해 "전쟁의 위험"을 언급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중국 전문 뉴스레터 '시노시즘'의 저자인 빌 비숍은 시 주석의 언어에 대해 "위험과 위기 인식, 대비의 필요성을 크게 업그레이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WSJ은 허리펑 부총리와 류허 전 부총리 등 시 주석의 측근들이 서방의 제재 강화에 대비한 중국 경제 유지 계획을 짜왔으며, 상하이에서 후난성에 이르기까지 지방정부들도 앞다퉈 극단적 상황에 대비한 시스템 마련 준비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라이언 하스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시 주석의 (집권 3기) 임기에 가장 중요한 임무는 외부 취약성으로부터 중국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그런 관점에서 시 주석은 극한 조건을 견딜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하라는 주문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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