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등, 모디 연방정부의 '힌디어 국어화 시도' 반대
(서울=연합뉴스) 유창엽 기자 =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 주총리가 "연방정부 산하 공기업이 회람용 안내문을 통해 힌디어 사용을 강요한다"며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같은 요구는 20여개 공용어가 사용되고 국어가 없는 인도에서 힌두민족주의 성향의 나렌드라 모디 정부가 2014년 출범한 직후 힌디어 보급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나왔다.
일간 힌두스탄타임스 등 인도 매체들은 13일(현지시간) M.K. 스탈린 주총리가 전날 트위터에 문제의 안내문을 게재하고 연방정부와 산하 기관들이 인도의 다른 언어에 비해 힌디어에 "과도하고 불공정한"(undue and unfair)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인도에서는 힌디어를 모어(母語)로 쓰는 국민은 전체의 44%로 가장 많다. 수도 뉴델리가 있는 북부를 비롯해 주요 대도시와 관공서 등에서 사용된다. 하지만 타밀어, 벵골어 등을 쓰는 남부와 동부 등에서는 힌디어가 아예 통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그간 힌디어는 공식 국어의 지위를 얻지 못했다.
대신 인도 연방정부는 1963년 공용어법을 개정해 힌디어를 영어와 같은 연방 차원의 공용어로 지정했다. 또 지역 단위로는 힌디어를 포함해 총 22개 언어(영어 제외)가 헌법에 의해 공용어 지위를 부여받았다.
이런 가운데 인도에선 모디 정부 출범 후 힌디어 국어화 시도가 본격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남부 등의 주민과 지방 정부는 이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스탈린 주총리가 문제 삼은 안내문은 서부 뭄바이에 본사를 둔 보험사 '더 뉴 인디아 어슈어런스 컴퍼니'가 지난달 3일 자로 힌디어와 영어로 작성한 것으로, 이 보험사의 모든 부서가 연방정부가 발표한 공용어 사용 가이드라인을 따를 것을 지시한 내용이 담겨 있다.
안내문은 또 연방정부 내무부의 공용어 담당 부서가 최근 발표한 연례 프로그램 일부에 나온 힌디어 사용 가이드라인 31개 사항을 열거하고 있다.
타밀나두주 지역정당인 드라비다진보연합(DMK) 총재이기도 한 스탈린 주총리는 트위터 글에서 안내문이 인도내 모든 비(非)힌디어 사용자와 이 보험사의 비힌디어 사용자에 대한 결례를 보여준다면서 안내문의 즉각적인 철회와 보험사 대표의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힘든 노동과 재능으로 인도 발전을 추동하는데 기여해 온 비힌디어 사용 시민들이 이류 시민으로 취급받는 것을 참아주는 시대는 가고 없다"면서 "타밀나두와 DMK는 우리 역사에서 늘 그래왔던 것처럼 힌디어 사용 강요를 중단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인도)의 언어들은 동등하게 취급받아야 한다"면서 "우리는 우리 땅에서 타밀어를 힌디어로 대체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보험사 측은 트위터에서 모든 광고와 보도자료는 신문에 영어, 힌디어, 지역어로 실려야 한다는 공용어사용법 조항을 구체적으로 언급했을 뿐이라며 "우리는 모든 지역어를 존중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스탈린 주총리의 요구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타밀나두주의 야권 세력인 인도국민당(BJP)의 주(州) 대표인 K. 안나말라이는 트위터에서 "모디 총리가 지난 9년 동안 타밀어와 타밀나두인들을 위한 많은 복지프로그램을 시행했다"며 보험사 측과 보조를 맞췄다.
2021년 5월 취임한 스탈린 주총리가 연방정부의 '힌디어 사용 강요'에 반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3월 인도식품안전기준청(FSSAI)이 특정 식품의 포장지에 힌디어 명칭 다음에 지역어 명칭을 쓰라고 내린 지시에 반발, 지시를 철회시키기도 했다.
yct94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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