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출신 소로스와 이민정책 등으로 갈등…일가를 마피아에 빗대 공격
美대사 "개한테만 들리는 음모론" 맞서며 헝가리 정부와 신경전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극우 성향으로 논란을 빚어온 헝가리의 오르반 빅토르 총리가 자국 출신 유대계 미국인 부호 조지 소로스(92)의 경영권 이양을 두고 마피아에 빗대며 미국 정부와 신경전을 벌였다.
오르반 총리는 1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소로스가 최근 아들 알렉산더(37)를 후계자로 결정했다는 외신 보도 링크와 함께 '소로스 2.0'이라는 짧은 글을 올렸다.
해당 트윗에는 이탈리아계 미국 마피아 조직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대부'의 주인공 비토 콜레오네가 아들이자 후계자 마이클에게 입을 맞추는 장면이 담긴 이미지가 첨부됐다.
소로스 일가를 범죄조직인 마피아에 빗대 공격한 셈이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오르반 총리는 헝가리 태생으로 모국 정·재계에도 큰 영향을 미쳐온 소로스와 오래전부터 갈등을 빚었다.
소로스가 고향에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전파하며 오르반 총리 정부의 반(反)난민 정책 등 권위주의 행보에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오르반 총리는 소로스가 헝가리 야당을 배후에서 조종하며 국익에 반하는 음모를 꾸미는 인물이라고 주장하면서 사사건건 대립해왔다.
2017년에는 '소로스가 마지막에 웃는 자가 되지 못하게 하자'는 글이 적힌 광고판을 전국 각지에 세웠고, 2022년 총선 승리 연설에서는 "소로스 제국의 돈과 조직에 맞서 승리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 까닭에 미국과 유럽 각지에선 오르반 총리의 이날 트윗에 대해 또다시 소로스와 관련한 음모론을 퍼뜨리고 반(反)유대주의를 자극하려 한다는 비판이 잇따라 제기됐다.
데이비드 프레스먼 주헝가리 미국 대사는 오르반 총리의 트위터 글을 리트윗하면서 "개 호루라기(dog-whistle) 음모론은 (시리즈 중 가장 나쁜 평가를 받은) 대부3 줄거리와 비슷하다. 너무 뻔하고 마음을 뒤숭숭하게 한다"고 꼬집었다.
'개 호루라기'는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지만 개는 들을 수 있는 소리를 낸다. 그런 까닭에 미국에서 '개 호루라기'는 일반인이 아닌 특정 집단만 이해할 수 있는 메시지나 상징을 이용해 지지자를 결집하는 행태를 지칭한다.
독일 연방하원의 미하엘 로트 외교위원장은 "그냥 역겹다. 오르반은 유럽의 수치"라고 말했다.
또 독일 녹색당 소속 유럽의회 의원인 다니엘 프로인트는 "이 트윗을 보고 누가 조직폭력배인지 내게 말해달라"고 비판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출신으로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소로스는 1993년 비영리단체 열린사회재단(오픈소사이어티재단·OSF)을 설립했다.
이후 OSF는 전 세계 인권신장과 민주주의 건설을 위해 일하는 단체와 교육·의료기관 등에 매년 15억 달러(약 1조9천억원) 상당의 자금을 지원해 왔다.
그가 보유한 250억 달러(약 31조8천억원) 규모의 사업을 물려받을 후계자 알렉산더는 최근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우리는 생각하는 게 비슷하다"며 아버지의 진보적 이념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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