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노동차관 "대기업·원청 노조의 양보, 양대노총이 제안해주길"

입력 2023-06-13 16:00  

[일문일답] 노동차관 "대기업·원청 노조의 양보, 양대노총이 제안해주길"
"큰 노조가 자기 이익만 좇는 것 국제적 흐름과 배치"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은 12일(현지시간) "개별노조가 자기 이익만 좇는 것은 한국 경제와 기업 경쟁력을 낮출 수밖에 없으므로 상급 노동단체가 책임 있는 목소리를 내줘야 한다"고 말했다.
권 차관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노동기구(ILO) 총회 참석 과정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대기업·원청 업체 노조가 임금 인상 요구를 일부 양보하고 대신 중소기업·하청 근로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자는 제안을 양대노총이 해 준다면 반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다음은 권 차관과 일문일답.
-- 정부가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 해결을 강조하고 있는데.
▲ 그동안 원청과 하청 기업 간 상생 방안이 추진돼 왔다. 기업뿐 아니라 노조에서도 상생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고소득자는 적게, 저소득자는 많이 임금을 올리는 '하후상박'의 정신을 담은 임금협상을 떠올려 볼 수 있다.
대기업·원청 노조가 교섭력을 일부 양보해 하청·중소기업 근로자들에게 혜택이 갈 수 있게 일종의 상생 통로가 돼 줄 필요가 있다. 대기업·원청 노조가 중소기업·하청 기업 근로자들의 복지 수준을 올릴 수 있도록 회사와 함께 상생기금, 공동복지기금 등을 도입하는 방안, 그에 대한 제도적 지원 등도 모색돼야 할 것이다.
-- 개별노조는 각자의 임금 문제만을 관심사로 둘 것 같다.
▲ 개별기업 노조가 임금 인상만 강조하다 보니 노조·비노조 기업 간 임금 격차가 커지고 비노조원들의 임금은 개선되지 않는다. 양대노총이 도덕적 우위에 설 방법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해소에 집중하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목소리는 상급단체가 내줘야 한다. 양대노총이 중소기업·하청 근로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임금 교섭을 하자는 제안을 해 준다면 반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제적으로도 기업들이 공급망 내에서 협력사 등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관리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고 원·하청 간 상생 활동이 중시되고 있다. 큰 노조들의 활동이 본인의 기업들이나 단위노조의 이익만 좇는 것은 그런 국제적 흐름과 배치될 수 있다. 그리고 한국 경제와 기업 경쟁력도 낮추게 된다.
개별기업 단위로 노조 활동이 이뤄지다 보니 원청과 하청,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근로자 사이에 임금 격차가 커지고 정규직·비정규직 간 격차도 심화한다. 이 문제는 상급단체가 제기해야 할 문제다. 개별 노조에서는 할 수 없고 꺼릴 것이다.
-- 정부가 관심을 두고 있는 임금 체계와도 연결된 문제로 보인다.
▲ 이중구조 심화는 임금 격차와도 관련이 크다. 격차 해소 관점에서 연공급제 문제를 들여다볼 때가 왔다.
-- 구체적인 해법 가운데 검토 가능한 부분은.
▲ 고령자에 대한 것이다. 60세 이상 근로자들은 노동시장 참여가 불가피한 때가 됐다. 이들의 노동시장 참여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일한 만큼 급여를 받는 방식으로 하면 된다. 60세 이상 근로자에게 연공급제를 적용한다고 하면 누구도 수용할 수 없을 것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연공급제를 탈피하고 직무급이나 성과급 등 생산성에 비례해 급여체계를 맞출 필요가 있고, 60세 이상 근로자들에게는 충분히 해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임금체계와 별도로 파견법(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도 고민이 필요하다. 원청 기업이 직접적으로 임금인상을 하지 못하더라도 하청 기업의 생산성을 높여주기 위해서 생산관리 직원을 파견하면 불법파견 등이라는 문제 제기가 뒤따를 수 있다.
-- 파견법의 실제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문제인가.
▲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피하려고 파견법을 도입한 것인데 원청 기업이 하청 기업과 상생하기 위해 지원을 하려고 하면 불법파견 논란이 생기는 점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노조에 몸담지 못한 85%의 미조직 노동자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법밖에 없다. 결국 한국에서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문제를 풀지 않으면 안 된다.
prayer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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