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핵보유 5개국 공동선언 어긴 채 위험한 행동"…벨라루스 "방어적 권리" 주장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러시아가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하기로 한 데 대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44개국이 유엔 군축회의장에서 공동발언을 통해 핵무기 배치 결정을 취소할 것을 촉구했다.
우크라이나 등 44개국 대표들은 13일(현지시간)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핵전쟁 방지' 의제를 놓고 진행된 유엔 군축회의 속행 회의에서 러시아 전술 핵무기의 벨라루스 배치에 관한 공동발언문을 발표했다.
성명에는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들과 한국, 일본 등도 동참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임에도 친러시아 성향의 행보를 보이기도 하는 헝가리는 이번 성명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44개국은 우크라이나가 대표로 읽은 발언문에서 "벨라루스에 핵무기를 배치하기로 합의한 러시아 및 벨라루스의 서명과 그에 이어서 나온 양국 정부 인사들의 발언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행위는 러시아가 야기한 우크라이나 전쟁 맥락 속에서 하고 있는 핵 위협 발언과 더불어 위험하고 무책임한 것이며 러시아가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한 상황에서 더욱 그러하다"고 비판했다.
44개국은 벨라루스에 대해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부터 공범이었다"면서 "지난해 헌법상 핵무기 비보유국의 지위를 변경한 것이나 이번 결정까지 긴장을 고조시킬 위험을 수반하고 있다"며 "벨라루스는 긴장을 고조할 수 있는 결정을 취소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또, 작년 1월 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 등 핵무기 보유 5개국 정상들이 핵전쟁과 군비경쟁을 하지 말자고 한 공동선언을 거론하면서 "러시아의 행동은 공동선언에 반한다"고 지적하고 "이 공동선언에 담긴 원칙을 재확인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공동발언은 벨라루스 대표가 군축회의장에서 자국 전술핵 배치 계획이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발언에 뒤따른 것이다.
벨라루스는 "우리는 주변국들과 국제사회에 대해 일관되고 투명한 방식으로 자국 방위역량 개발을 위한 조처를 해왔으며 이런 조치들은 벨라루스가 처한 국제상황에 대한 대응으로서 방어적이며 국제법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는 가장 가까운 동맹국으로부터 지원을 모색할 주권적 권리가 있으며 벨라루스 영토 내 러시아 전술핵 배치는 국가 안보에 대한 도전과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자 우리의 권리 행사"라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하기로 양국이 합의했다고 밝힌 건 지난 3월이다. 러시아의 핵무기가 해외에 배치되는 건 1991년 옛 소비에트연방 해체 이후 러시아가 시작한 해외 핵무기 국내 이전이 1996년 완료된 이후 27년 만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전술 핵무기 해외 배치가 임박함에 따라 국제사회에 안보 위기감은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prayer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