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러시아가 프랑스 유력 언론사를 사칭하는 사이트와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만들어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캠페인을 벌여왔다고 프랑스 정부가 13일(현지시간) 밝혔다.
카트린 콜로나 프랑스 외교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어 러시아 혹은 러시아 연계 단체가 프랑스 등 유럽 국가를 상대로 펼쳐온 허위 정보 캠페인을 발견해 조치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프랑스에서 르몽드, 르파리지앵, 르피가로, 방미뉘트 등 최소 4개 일간지가 우크라이나에 적대적인 기사를 쓴 것처럼 위장해 글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르파리지앵을 사칭한 기사가 최소 49건으로 가장 많았고, 방뮈니트 기사가 7건, 르피가로와 르몽드 기사가 각각 1건으로 그 뒤를 따랐다.
르몽드와 완전히 동일한 형식을 갖춘 도용 사이트에는 "프랑스 장관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의 살해를 지지한다"는 제목의 기사가 올라와 있었다.
제롬 페노글리오 르몽드 국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현실을 오도하려고 크렘린궁의 서사를 전파하려는 시도를 용납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도용 사이트는 실제 언론사 홈페이지와 모든 면에서 같아 보이지만 도메인 주소가 달랐다. .fr로 끝나야 할 주소가 .ltd로 끝나는 식이었다.
독일에서는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슈피겔, 빌트 등이, 영국에서는 가디언을 사칭하는 기사가 있었다.
이 밖에도 프랑스 외교부 홈페이지를 복제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정부는 이를 사전에 감지하고 차단했다고 밝혔다.
콜로나 장관은 이번 작전에 러시아어를 쓰는 개인과 여러 러시아 기업이 연루돼 있다는 증거를 확보했으며, 러시아 대사관과 문화원이 이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어울리지 않는 이러한 행동을 규탄한다"며 "프랑스는 러시아가 주도하는 하이브리드 전쟁에 맞서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프랑스 외교부를 겨냥한 허위 정보 유포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근거 없는 의혹 제기는 혼란과 실망만 야기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스푸트니크 통신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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