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번째 생일 하루 앞둔 트럼프, "마녀사냥" 주장하며 법원行
선거유세하듯 카메라·지지자에 손흔들며 '여유' 과시하기도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불법 기밀 반출 혐의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기소인부 절차를 위해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연방 법원에 출석하면서도 시종일관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 35분(미 동부시간)께 자신이 소유한 마이애미의 트럼프 내셔널 도럴 골프클럽에서 법원을 향해 출발했다.
그는 건물 밖에 나와 차에 타기 전에 자신을 촬영하는 방송 카메라를 향해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그가 하룻밤을 묵은 골프클럽과 마이애미 연방법원은 19㎞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출발 후 20여분 만인 오후 2시께 법원에 도착했다. 이동 중에는 비밀경호국(SS) 요원들의 철통같은 경호를 받았다.
법원으로 이동하면서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 "오늘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슬픈 날 중 하나", "법원으로 가는 중. 마녀사냥!!!"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차량이 법원 앞으로 들어서자 자신을 기다리는 수백명의 지지자들을 향해 차 안에서 연신 손을 흔들었다.
이날 마이애미 법원 앞은 트럼프 지지자들 수백명과 반대 진영 시위자들이 운집해 북새통을 이뤘다.
하지만 경찰이 법원 주위를 빽빽하게 둘러싸고 삼엄한 경비를 펼치면서 별다른 물리적 충돌이나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트럼프는 죄가 없다", "트럼프가 이겼다", "트럼프를 지지한다" 등의 구호가 적힌 깃발과 피켓을 흔들고 함성을 지르며 시위했다.
반면 그를 반대하는 이들은 그가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겨냥해 퍼부었던 '감옥에 가둬라'(Lock her up)는 말에 빗대 "트럼프를 감옥에 가둬라"(Lock Trump up)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맞불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탄 차량이 법원 앞에 나타나자 죄수복 무늬의 옷을 입은 한 남성이 "트럼프를 감옥에 가둬라"라는 팻말을 들고 도로 가운데로 뛰어나왔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고 끌려가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원 내에서 미 연방 보안관에게 체포됐다고 CNN 방송은 보도했다.
이어 그는 오후 2시 48분께 기소인부절차를 위해 법정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국방 관련 기밀 정보를 의도적으로 보유한 혐의와 사법방해 등 모두 37건의 법을 위반한 혐의로 지난 9일 기소됐다.
미국 역사상 전·현직 대통령이 연방 검찰에 의해 형사 기소돼 체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직전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의 과거 성관계 폭로를 막기 위해 입막음 돈을 지급한 뒤 그 비용에 관한 회사 기록을 조작한 혐의로 지난 3월 형사기소된 바 있지만, 당시는 연방검찰이 아닌 뉴욕 지방검찰이 기소한 것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방법원에 출석한 이날은 그의 77번째 생일 하루 전이기도 하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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