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상자 6인,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폐막공연서 첫 무대… 2천100석 일찌감치 '완판'
'한국만 2명' 김태한·정인호 '셀프 칭찬' 자축…9월엔 한국서 순회공연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튜브로만 봤던 무대인데, 우승자로서 다시 설 수 있어서 정말 기쁘고 행복했어요. 말 그대로 정말 아름다운 밤이에요!"
세계 3대 권위의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바리톤 김태한(22)이 꿈이라는 '오페라 슈퍼스타'를 향한 첫발을 내디뎠다.
1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시내에 있는 보자르 극장에서 열린 대회 폐막 공연에서다.
주최 측이 마련한 공연은 우승자 김태한, 5위를 차지한 베이스 정인호(31)를 비롯한 6명의 콩쿠르 입상자가 현지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첫 무대다.
전체 2천100석인 공연 티켓은 일찌감치 완판되며 대회의 권위와 화제성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지난달 시작된 본선에 이어 지난 3일 최종 결선까지 2주 넘게 이어진 모든 무대를 직관한 벨기에 마틸드 왕비는 폐막 공연에도 어김없이 자리했다.
공연 주인공은 단연 김태한이었다.
그는 입상자들이 준비한 총 13곡 가운데 가장 많은 4곡을 선보였다.
대회 기간에는 소리를 내는 데 집중하기 위해 일부러 감정 표현을 절제했다던 그는 이날은 긴장이 풀린 듯 한층 풍부해진 감정 표현으로 눈길을 끌었다.
특히 3위를 차지한 러시아 국적 소프라노 율리아 무지첸코-그린할프(28)와 함께 도니체티의 오페라 '돈 파스콸레' 중 '자, 준비됐어요'(Pronta io son) 2중창을 깜짝 선보이기도 했다.
익살스러운 표정 연기를 가미한 두 사람은 짧은 연습 기간에도 완벽한 호흡을 자랑하며 희극 오페라 악장의 맛을 한껏 살려 박수갈채와 환호를 받았다.
김태한은 마스네의 오페라 '에로디아드' 중 '사라지는 행복한 꿈'을 비롯해 결선에서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은 베르디의 오페라 '돈 카를로' 중 '오 카를로 내 말을 들어보게', 코른콜트 '죽음의 도시' 중 '나의 갈망, 나의 망상이여'도 불렀다.
김태한은 공연이 끝난 뒤 연합뉴스에 "연주 이후 현지 관객들의 환호, 그리고 수많은 칭찬을 들어 음악으로 감동을 줄 수 있음에 감사하고 행복한 하루였다"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그는 "언어의 장벽을 음악으로 허물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음악으로 감동을 주고, 또 소통할 수 있는 그런 음악가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1937년 시작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폴란드의 쇼팽 피아노 콩쿠르, 러시아의 차이콥스키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음악 경연대회로 꼽힌다.
대회는 매년 피아노·첼로·성악·바이올린 부문 순으로 돌아가며 개최되며, 올해 성악 부문에서 김태한이 1위를 차지하며 1988년 성악 부문 신설 이후 아시아권 남성 성악가 최초로 우승했다.
김태한과 정인호 등 한국 성악가 2명이 동시에 입상하는 전례 없는 기록도 세웠으며, 한국은 작년 첼로 부문 우승자 최하영에 이어 2년 연속 대회를 석권하는 쾌거도 올렸다.
공연이 끝난 뒤 김태한과 정인호는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의 기립박수가 이어지자 서로를 끌어안고 나란히 서서 '셀프 칭찬'을 하며 자축하기도 했다.
두 사람을 비롯한 입상자들은 겐트, 앤트워프 등 각지에서 주최 측이 준비한 공연 무대에 선다. 김태한은 16일 현지에서 독주회도 앞두고 있다.
9월에는 한국에서 1∼3위 입상자들의 순회공연이 이어질 예정이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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