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불법 이민자 줄었다" 공언한 수낵 총리 '머쓱'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영불해협을 건너는 불법 이민자 수가 줄었다고 공언한 지 며칠 되지도 않아 하루에만 600명 넘는 난민이 보트를 타고 영국에 몰려와 총리가 머쓱한 상황이 됐다.
13일(현지시간) 영국 공영방송 BBC에 따르면 지난 주말인 11일 영불해협을 건너 영국 해안에 상륙했다가 잡힌 불법 이민자는 616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모두 12개의 작은 보트를 타고 영국으로 건너오려 했다고 영국 내무부가 밝혔다.
600명 넘는 불법 이민자가 하루에 붙잡힌 것은 올해 들어 처음 있는 일이다. 앞서 4월 22일 497명이 적발된 바 있다.
공교롭게도 그 직전 영국은 강력한 단속책으로 불법 이민자가 줄어들었다며 자화자찬을 한 바 있다.
올해 들어 최근까지 영불해협을 건너려다 체포된 이들은 8천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시점의 약 1만 명보다는 약 2천 명 적었다고 BBC는 전했다.
이에 수낵 총리는 지난주 자신의 불법 이민 억제 정책이 통하고 있다고 공언했다.
수낵 총리는 지난주 도버를 방문해 불법 이민자를 줄이는 정책이 효과를 보이기 시작했으며 이민자 수가 처음으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수낵은 BBC와 인터뷰에선 "불법 이민 억제 정책이 효과를 보여 그 수가 5분의 1가량 줄어들었고, 특히 알바니아인 불법 이민자는 90%나 감소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한 지 며칠 되지도 않아 올해 가장 많은 불법 이민자가 몰려든 것이다.
이에 영국 의회에선 불법 이민자가 줄었다는 통계를 너무 믿을 순 없으며, 섣불리 정책 성공을 얘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의회 내무위원회 소속인 팀 로튼 의원은 BBC 라디오 프로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통계는 아무 의미가 없다"며 불법 이민자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수낵 총리의 판단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영불해협에 접한 이스트워딩과 쇼어햄을 지역구로 둔 로튼 의원은 또 "최근 몇 주 동안 불법 이민자 수가 실제로 줄어들었는데, 이는 영불해협의 풍향 때문이었을 것"이라며 "(바람 방향이 바뀌면) 앞으로는 불법 이민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불법 이민자 억제 정책은 수낵 총리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정책 과제로, 그는 초강력 불법 이민 방지 법안도 추진 중이다.
이 법안은 영국에 허가 없이 들어온 불법 이민자는 모두 추방 대상으로 삼고, 대상자가 인신매매의 희생자라도 난민 지위를 부여하지 않는다.
의회 내에선 법안에 대해 인권 침해 우려와 함께 반대 여론도 조성되고 있는데, 법안이 하원은 통과했지만 상원에선 최근 법안심사 토의에서 격론이 오갔다고 BBC는 전했다.
kj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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