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전방 군인들 잔혹한 전투…"부대원 50명 중 30명 돌아오지 못 해"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상대로 대반격에 나서 점진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으나 최전선에서 많은 병사를 잃는 큰 시련을 겪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WP는 최전방에서 서방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 점령 지역을 뚫고 지나가는 임무를 맡은 우크라이나군 37여단 소속 병사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이 부대는 지난 5일 도네츠크주 서부 벨리카 노보실카 남쪽으로 진격했다. 병사들은 진격 직후 20분 만에 박격포가 사방에서 폭발했다고 전했다.
'벌목꾼'이라는 호출명(call sign)을 쓰는 한 30세 병사는 자신과 같이 차량에 타고 있던 두 명이 피를 심하게 흘리는 것을 봤고 그중 한 명은 팔 한쪽을 잃고 울부짖으며 가족을 애타게 찾았다고 말했다.
그 자신은 땅에 생긴 구멍으로 기어들어 갔지만 박격포의 포탄이 흙을 뚫고 들어와 어깨에 박혔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탱크나 기갑 차량도 없이 전장에 남겨졌다"며 "삼면에서 박격포로 포격을 당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 부대에는 50명에 못 미치는 군인이 있었는데, 이 중 30명이 돌아오지 않았다. 돌아오지 않은 군인들은 전사했거나 다쳤거나 적군에 포로로 잡혔다. 부대의 장갑차 5대는 진격 한 시간도 안 돼 파괴됐다.
'벌목꾼'은 박격포가 자신들을 향해 날아오자 전투 차량에서 나와 필사적으로 300야드(274m) 이상을 기어갔다고 했다.
그는 부대 지휘관이 경험이 없었고 포병 부대 지원에 의지하고 있었는데 지원이 없으니 혼란스러워했다면서 "모두가 어떤 종류의 지원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지원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대반격을 본격화한 우크라이나는 주로 남부와 동부 전선을 따라 공세에 나서고 있으며 벨리카 노보실카, 네스쿠치네, 스토로제베, 블라호다트네, 마카리우카, 노보다리우카 등의 마을을 러시아로부터 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우크라이나의 진격은 일부 지점에서만 이뤄졌는데 이를 두고 외신은 아직 탐색전을 벌이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서방은 대반격에 나선 우크라이나에 전폭적인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3억2천500만달러(약 4천137억원) 규모의 군사 장비를 우크라이나에 추가로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은 이번이 40번째다.
유럽 합동원정군(JEF)은 몇 달 안에 우크라이나에 1억1천600만달러(약 1천477억원)의 군사 지원을 추가로 제공하기로 했다.
그러나 서방이 지원한 무기도 러시아군의 집중 포격으로부터 우크라이나군을 지키기에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호출명 '회색'인 다른 병사는 벨리카 노보실카 인근에서 37여단이 공격을 단행하는 첫 한 시간 반 동안 러시아군이 쉬지 않고 포격해 부대의 AMX-10 RC 경전차를 뚫어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 경전차가 군인들을 보호하기에 충분하지 않아서 군인들 앞이 아니라 뒤쪽에 배치해야 했다고 했다.
러시아군은 두 시간 동안 포격을 퍼부은 뒤 마침내 탄약이 다 떨어졌거나 전투에 지친 듯 보였다. 이 틈을 타 37여단은 진지를 어느 정도 되찾을 수 있었다.
37여단은 다른 우크라이나군 여단이 도네츠크주의 마을들을 탈환하는 데 도움을 줬으나 이면에는 이처럼 최전방에서 이뤄진 잔혹한 전투가 있었다.
이는 우크라이나 지도부가 러시아를 몰아내고 영토를 되찾는 데 끔찍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뜻이라고 WP는 지적했다.
'회색'은 이날 밤 전투에 복귀할 계획을 세우며 러시아로부터 모든 우크라이나 영토를 탈환하겠다는 목표를 확실히 했다. 다음 목표는 마리우폴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죽음은 두렵지만 다른 선택이 없다"며 "우리는 진격해 적을 이곳에서 몰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dy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