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사상 최악의 경제 위기 속에 7개월째 공석인 레바논 대통령을 뽑기 위한 의회 투표가 결론 없이 마무리됐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레바논 의회는 이날 2명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대통령 선출 투표를 실시했으나 당선자를 내지 못했다.
이날 투표에는 야권이 추천한 전 국제통화기금(IMF) 중동지역 국장 지하드 아주르와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의 추천을 받은 마라다당의 술레이만 프란지에 대표가 후보로 나섰다.
1차 투표에서 아주르 후보는 전체 128명의 의원 중 59명, 프란지예 후보는 51명의 지지를 받았다.
두 후보 모두 당선을 위해 필요한 3분의 2 지지를 받지 못해 2차 투표를 치러야 했지만, 헤즈볼라와 그 우호 정당 소속 의원들이 자리를 뜨면서 정족수 미달로 2차 투표는 진행되지 못했다.
레바논 의회는 지난해 5월 출범 이후 후임 대통령을 뽑기 위해 여러 차례 회기를 열었으나 당선자를 내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지난해 10월 말 임기가 만료된 미셸 아운 전 대통령이 후임자 없이 퇴임하고 이후 7개월 넘게 대통령 공석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 회기에서 헤즈볼라 측 정치 블록과 이에 맞서는 야권 및 일부 마론파 기독교계 블록이 첨예하게 대치하면서, 대통령 공석이 훨씬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레바논은 1975년부터 1990년까지 장기 내전 후 종파 간 세력 균형을 우선시해 독특한 정치 시스템을 도입했다.
명목상 대통령제(임기 6년의 단임제)를 채택했지만, 총리가 실권을 쥐는 내각제에 가깝다.
또 세력 균형을 위해 대통령은 마론파 기독교, 총리는 이슬람 수니파, 국회의장은 이슬람 시아파 출신이 각각 맡는다.
최악의 경제 위기 속에 정부 구성 등 업무를 주도하는 대통령의 공석이 길어지고 권한이 없는 임시 정부가 제 기능을 못 하면서 레바논 정부는 사실상 붕괴 직전의 상황을 맞았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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