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예루살렘 수도 삼는 독립주권국 수립 지지…'아랍'편에 선 중재자 자임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중국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서 팔레스타인에 힘을 실어주며 미국의 존재감이 약화한 중동에서 영향력 확대에 박차를 가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진핑 국가주석은 국빈 자격으로 중국을 찾은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14일 베이징에서 개최한 정상회담에서 "1967년 국경선을 기초로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삼는 완전한 주권의 독립국가 팔레스타인을 건설하는 것이 팔레스타인 문제의 근본적 해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원 확대와 평화협상 재개 노력을 촉구했다.
동시에 중국은 팔레스타인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했다.
시 주석이 이날 밝힌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 관련 발언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에서 팔레스타인의 입장을 지지하는 동시에, 여타 아랍국가들과 거의 입장을 같이한 것이다.
시 주석이 언급한 '1967년 국경선'은 그해 벌어진 제3차 중동전쟁(일명 6일 전쟁) 이전의 국경선을 말한다.
제3차 중동전쟁의 결과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미래의 수도라고 주장하는 동예루살렘을 점령했다. 따라서 시 주석 발언은 동예루살렘을 팔레스타인에 넘기라는 이야기가 되기에, 이스라엘의 동의를 얻는 것은 현재로선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시 주석의 이 같은 입장은 이스라엘이 줄곧 거부해온 1967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와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획기적인 것으로 볼 순 없지만 미중 전략경쟁 심화 국면에서 의미가 없지 않아 보인다. 시 주석이 이번에 확고하게 팔레스타인의 편에 선 것은 미중의 중요한 경합지인 중동에서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읽히는 것이다.
중국으로선 지난 3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국교정상화를 중재한 데 이어, 미국이 대중국 견제를 위해 인도·태평양에 외교력을 집중하면서 한동안 발을 빼다시피 한 중동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또 하나의 행보일 수 있는 것이다.
사우디-이란 중재와 달리 이번에는 갈등의 일방인 이스라엘이 수용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방안을 들고 나옴으로써 갈등 중재의 '진정성'보다는 중동의 아랍국가들에게 '파트너'로서의 존재감을 어필했다는 시각이 나온다.
특히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7일(현지시간) 사우디에서 열린 미·걸프협력회의(GCC) 장관급 회의에 참석해 미국은 중동을 떠나지 않았다고 강조한 지 일주일 만에 중동에서의 본격적 미중 영향력 경쟁을 예고한 모양새다.
한국 국립외교원 인남식 교수는 1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시 주석이 밝힌 입장은 팔레스타인 문제에서 아랍이 주장하는 바를 받아들인 것으로, 미국의 입장과는 결을 달리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인 교수는 "아랍 대중들은 '중국이 수니파와 시아파(사우디와 이란)도 화해시키더니 이번엔 팔레스타인의 편을 들면서 이스라엘을 당혹스럽게 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이번에 중국은 큰 품을 들이지 않고 아랍인의 마음에 다가가는 성과를 거뒀고, 미국은 이를 불편하게 바라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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