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페리오디코 발행인, 돈세탁 등 유죄…인권단체 "민주주의 신뢰 훼손"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정부 비판에 앞장섰던 중미 과테말라의 한 언론인이 횡령과 돈세탁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아 정치적 박해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현지시간) 과테말라 일간지 프렌사리브레와 라호라 등에 따르면 과테말라 수도 과테말라시티의 제8법원은 이날 엘페리오디코 발행인 호세 루벤 사모라(66)에게 징역 6년과 4천900만원 상당 벌금을 선고했다.
1996년부터 일간지 엘페리오디코를 발행해온 사모라는 한 금윰인에게 출처를 확인해 주지 않은 채 약 30만 과테말라 케찰(4천900만원 상당)의 입·출금을 요청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돈세탁' 혐의에 대해 사모라는 "익명을 요구한 독지가에게 받은 자금으로, 대부분 직원 급여에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별다른 입증 자료 없이 금융인의 진술을 바탕으로 사모라를 기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또 사모라에게 공갈 및 협박 혐의도 적용해 모두 40년을 구형했으나, 법원은 2개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에서 일부 유죄가 인정됐지만, 현지 언론인협회는 평소 사모라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정부의 반민주적 행태가 반영된 재판이라고 비판한다. 사모라 자신도 "정치적 탄압"이라는 입장이다.
사모라는 알레한드로 잠마테이 대통령과 마리아 콘수엘로 포라스 법무부 장관의 비위 의혹을 앞장서서 취재한 언론인이다.
포라스 장관의 경우 반부패 특별검사를 해고해 미국 정부의 '부패 행위자' 명단에 오른 인물이다.
국제언론단체 언론인보호위원회(CPJ) 언론자유상 등을 수상하고 국제언론인협회(IPI)의 언론자유영웅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사모라는 엘페리오디코를 통해 정부의 부정부패 가능성을 폭로하며 각종 보도를 이어갔는데, 정부는 그간 허위 보도 주장을 하며 사모라를 여러 차례 고소·고발하기도 했다.
지난해 중순 이후 자금줄이 막힌 엘페리오디코는 결국 지난달 폐간됐다.
과테말라언론인협회는 앞서 올해 초 보고서에서 "2020년 1월 잠마테이 대통령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간 언론에 대한 괴롭힘, 협박, 검열 등 404건의 문제 사례가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짐마테이 대통령은 그러나 일부 언론의 일탈 행위를 비판하며 사모라를 겨냥, "기자라고 해서 범죄 행위를 저지를 권리까지 주어지는 건 아니다"라며 힐난한 바 있다.
국제 인권 단체는 사모라 기소와 40년 구형 등 이번 재판을 포함해 과테말라에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오는 25일 대선을 앞두고 일부 예비 후보자들을 상대로 여러 가지 사유로 후보 등록조차 못 하게 하는 등의 조처는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휴먼라이츠워치(HRW)의 후아니타 고에베르투스 미주 담당 국장은 지난 9일 프렌사리브레 인터뷰에서 언론인 및 예비 후보자에 대한 박해 사례에 대해 언급하며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쿠바 등 더 심각한 국가들 때문에 주목받지 않았지만, (과테말라 역시)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를 잃는 극적인 과정을 겪고 있다"고 성토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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