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모두 기대낮춘 블링컨 방중…시진핑 면담 성사여부 관심

입력 2023-06-15 10:06  

美中 모두 기대낮춘 블링컨 방중…시진핑 면담 성사여부 관심
충돌방지 '가드레일' 논의 집중할듯…대만 관련 상호 진의 파악 기회
블링컨 방중 후 미중관계 변화시 한중간 '외교 공간' 생길 가능성도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우여곡절 끝에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재임 중 첫 중국 방문이 18∼19일(이하 현지시간)로 확정됐지만, 양측 모두 기대치를 낮추는 모양새다.
방중 발표를 둘러싼 양측 반응은 매우 건조했다.
이달 초 중국을 방문해 블링컨 방중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보이는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14일 "많은 결과물을 기대할 방문은 아니다"라며 "미중이 서로를 대하는 방식을 바꾸거나 어떤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하는 의도로 (블링컨이) 중국에 가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14일 밤 블링컨 방중 소식을 전한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공지는 "중·미 쌍방이 상의 및 결정을 거쳐 블링컨 장관이 18일부터 19일까지 중국을 방문한다"는 단 한 문장뿐이었고, 누구와 무엇을 논의한다는 일반적 내용조차 없었다.
이는 최근 중국의 쿠바 내 도청기지 설치 의혹까지 불거지며 미중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진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또한 방문 뒤에 '성과없는 이벤트'라는 지적이 제기될까 봐 양측 모두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지난 2월 중국 '정찰풍선(중국은 과학연구용 비행선이라고 주장)'의 미국 영공 침입 사태로 전격 연기됐던 방중이 4개월 만에 성사된 것은 미중관계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는 것이 외교가의 평가다. 작년 11월 조 바이든-시진핑 정상회담 이후 양국 관계의 충돌 방지 '가드레일'(안전장치)을 만들기 위한 첫 번째 고위급 논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은 "서로의 의도에 대한 명확한 그림이 중요한 진전이며 특히 현재 미중관계에서는 그렇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캠벨의 이 발언은 미국이 강조해온 가드레일 논의로 연결된다.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미중은 "현상 변경 반대"와 "내정 간섭 반대"를 외칠 뿐 상대의 진의와 '레드라인'을 파악할만한 고위급 대화를 할 기회가 오랫동안 없었다. 블링컨 회동 계기의 고위급 대화는 그런 점에서 '오판' 방지에 의미가 있어 보인다.
15일 자 중국 관영지 글로벌타임스와 인터뷰한 우신보 푸단대 국제문제연구소 소장은 "양측은 일부 이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예상되며, 인적 교류와 같은 협력에 대해 일부 합의에 도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은 대만 문제와 함께 기술패권 경쟁과 관련해서도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는 기회를 가질 전망이다.
첨단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미국의 노력이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중국은 지난달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을 제재하는 '맞불'을 놓았다. 경제는 물론 군사 분야에까지 연결되는 첨단 반도체 공급망 문제에서 양측이 접점을 찾긴 어렵겠지만, 서로의 향후 대응 기조를 예상하는 데 블링컨 방중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울러 미국 측은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에 브레이크를 걸기 위한 중국의 노력을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북한과의 전략 공조를 강조하는 중국 내 기류, 점점 굳어지는 '한미일 대 북중러'의 동북아 신냉전 구도에 비춰 논의에서 진전을 보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중국 외교라인 1인자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친강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블링컨 장관과 각각 회동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블링컨 장관을 만날지 여부도 관심을 모은다.
시 주석이 최근 중국을 찾은 타국 외교장관과 독대한 사례를 찾기 어려운 터에, 국운을 건 경쟁 상대인 미국의 외교장관을 만난다면 그 자체가 주는 대미 메시지가 작지 않을 전망이다.
만약 블링컨 장관이 바이든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 등을 지참하고, 그에 따라 시 주석 예방이 성사될 경우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초청과 그것을 계기로 한 제2차 바이든-시진핑 회담에 대한 초보적 의사 교환이 이뤄질 수 있다고 베이징 외교가는 보고 있다.
블링컨 방중 이후 미중 관계의 향배는 현재 심각한 갈등 국면을 보내고 있는 한중관계에도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 문제를 둘러싼 한중 갈등의 골이 심상치 않지만, 이번 미중 고위급 협의를 거쳐 대만해협 등에서 미중간 충돌 가능성이 작아질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한중간의 외교 공간도 그만큼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온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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