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무장관 방중 계기로 '신냉전' 논쟁 새 국면 맞나

입력 2023-06-15 10:11  

美 국무장관 방중 계기로 '신냉전' 논쟁 새 국면 맞나
과거 미소냉전과의 차이 주목…패권경쟁 흐름에는 같은 인식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16일 방중 계획이 밝혀진 뒤 국제외교가에서는 미중 관계의 성격을 놓고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핵심 주제는 현재의 미중 패권경쟁이 과거 미국과 소련간 냉전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하는지이다.



현재의 미중관계가 과거 미소 냉전과 같은 성격, 즉 '신냉전'으로 보는 시각은 미국의 학자 로버트 카플란의 논지를 바탕으로 한다. 그는 2019년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에 발표한 글에서 미중간의 신냉전은 이미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경제규모는 이미 미국을 위협할 만큼 성장했을 뿐 아니라 군사적으로나이념적으로 화해할 수 없는 선을 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중 패권경쟁은 미국이 장기적으로 중국 압박 전략을 잘 구사할 경우 워싱턴이 베이징을 이길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의 시각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전략의 기조와 일치하는 것은 물론이고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주류의 흐름으로 자리잡은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는 중국과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눈길을 끈다.
대표적인 인물이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다. 옐런 장관은 지난 13일(현지시간)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에 있어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은 큰 실수"라고 강조한 뒤 중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미국 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옐런 장관은 지난달 20일 존스홉킨스대학에서 한 연설에서도 "미국은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원하지 않는다. 그것은 재앙 같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옐런 장관의 지적처럼 미국과 중국은 패권경쟁을 벌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돼있다. 이는 양국간 교역량이나 중국이 보유하는 미국의 국채 규모가 세계1위라는 수치 등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또 미국과 중국이 가치논쟁을 벌이고 있지만 구 냉전에서 전개됐던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대립과 같은 전면적 대결과는 양상이 다르다.
이런 인식을 대표하는 학자가 바로 콜롬비아 대학의 토마스 크리스텐센 교수이다. 그는 현재 미국과 중국은 미소 대립과 달리 지구적 범위의 이념투쟁을 전개하지 않고 있으며, 무역측면에서도 세계가 경제 블록으로 분할되지 않았으며 미국과 중국이 대립적인 군사동맹을 형성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블링컨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은 미국이 중국과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면서 과거 소련과의 냉전 대결과 다른 양국 관계를 모색하는 중요한 외교 이벤트로 봐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흐름은 유럽에서도 강하게 감지된다. 지난 4월과 5월의 독일과 프랑스의 총리, 대통령의 잇따른 중국 방문등이 성사됐는데 이는 유렵에서 부는 '디커플링보다는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 기류를 반영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너무 커져버린 중국과 급격히 결별할 경우 만만치 않은 피해를 피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중국발 리스크를 관리하자는 주장이 서방에서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서방의 움직임에 비해 중국내 기류는 많이 다르다. 중국의 대외 강경입장을 자주 피력해온 관영 매체 환구시보는 지난 8일자 사설에서 "중국 사회의 전반적 정서는 미국의 성의를 보기 전에는 미국과 잠시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썼다.
이는 미국이 일시적으로 소통의 노력을 보이곤 있지만 미국의 대중국 압박전략은 앞으로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실제로 미중 간에는 무역은 물론이고 안보, 문화, 가치 측면에서 전방위적인 대결 기류가 조성돼있다.
이 때문에 냉전기에 활약한 미국 외교원로인 헨리 키신저 장관은 최근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인류의 운명은 미국과 중국이 잘 지내느냐에 달려있다"라며 "5∼10년 안에 전쟁을 피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미중 전략적 소통이 제대로 안될 경우 "향후 5∼10년 안에 '3차 세계대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경고를 한 것이다.
이 때문에 불링컨 장관의 방중 결과에 쏠리는 국제사회의 관심은 커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패권경쟁의 양상이 과거 역사속에서 벌어졌던 패권경쟁과 어떤 유사점과 차이점을 드러낼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주변 관련국들은 어떤 외교전략을 펼쳐야할 것인지가 부각되는 흐름이다.
lw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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