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나온 디아블로 4, 피시방 점유율 3위까지 올라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기업 사무실과 상가가 밀집한 서울 강남역 근처에 있는 한 피시방.
오전 시간대 모니터가 대부분 꺼져 한산한 카운터 앞은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회사원으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짬을 내서 지난 6일 국내에 정식 출시된 역할수행게임(RPG) '디아블로 4'를 즐기려는 30대∼40대 게이머였다.
금융권에서 일하는 직장인 김모(36) 씨는 15일 키보드 앞에 피시방에서 파는 볶음밥과 음료수를 올려놓은 채 몬스터 사냥에 열중하고 있었다.
김씨는 "평소에 게임을 그렇게 자주 하는 편은 아닌데, 10대 때 즐겁게 했던 '디아블로' 후속작이 나왔다길래 바로 구매했다"며 "고전 게임 '디아블로2'의 감성이 살아 있는 것 같아 반갑다"고 멋쩍게 웃었다.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다른 피시방에서도 점심시간 '악마 사냥'에 빠진 직장인을 여럿 찾아볼 수 있었다.
근처 정보통신(IT) 회사에 다니는 정모(44) 씨는 "집에 PC가 없어 점심시간이나 퇴근한 후에 피시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다. 비슷한 연령대 동료나 친구들도 '디아블로 4' 이야기를 자주 한다"며 "전작보다 스토리 연출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피시방 업주들도 간만에 PC 플랫폼 기반의 '메가 히트작'이 나오자 디아블로 4의 인기를 반기는 모양새다.
피시방 데이터 분석 사이트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디아블로 4의 PC방 점유율은 지난 14일 기준 9%로, 전체 게임 중 3위였다.
1위는 약 5년간 정상을 지키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41.3%)가 차지했고, 2위는 넥슨의 '피파 온라인 4'(10.3%)로 집계됐다.
신논현역 인근의 대형 피시방 점장 남기정(24) 씨는 "이달 초 디아블로 4가 출시되고 나서 손님 수가 늘어난 편"이라며 "특히 퇴근하고 나서 찾는 30대∼40대 직장인이 많다"고 말했다.
디아블로 시리즈는 글로벌 게임사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대표 지식재산(IP)이다.
1996년 나온 첫 작품 '디아블로'는 복잡한 서사보다는 액션성과 성장 요소를 강조한 게임성이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호평받았다.
디아블로가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유명해진 계기는 2000년 나온 '디아블로 2'다.
'디아블로 2'는 전략 게임 '스타크래프트'와 함께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피시방 문화를 이끌었다.
디아블로 2의 인기는 당시 게임 과몰입이나 폭력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 뒤를 이어 2012년 나온 후속작 '디아블로 3' 역시 국내에서 전작 이상의 흥행 성과를 냈고, 2021년 디아블로 2를 최신 그래픽으로 리마스터한 '디아블로 2 레저렉션'도 출시 직후 피시방 순위 2위까지 오르며 인기를 끌었다.
디아블로 2와 3가 유행할 당시 청소년기 내지는 20대를 보낸 30대 이상의 게이머들에게 '디아블로 4'가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11년 만에 나온 정식 후속작 '디아블로 4'는 '디아블로 2'의 진중한 분위기, '디아블로 3'의 개선된 접근성 등 장점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잘 조합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세계적으로도 흥행에 성공했다.
블리자드는 지난 13일 이례적으로 매출액을 공개하며 디아블로 4가 출시 후 5일간 전 세계에서 6억6천600만 달러(약 8천540억 원)어치 팔렸다고 밝혔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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