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예고 기간 열흘·규제심사도 생략…속도전 배경으로 "국민권리 신속 보호"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방송통신위원회가 텔레비전방송수신료(KBS·EBS 방송 수신료) 분리 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16일 입법예고했다.
지난 5일 대통령실이 TV 수신료 분리 징수 조치를 권고한 지 11일, 방통위가 전체회의를 열어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상정하고 안건으로 접수한 지 이틀 만이다.
개정안은 한국전력[015760]이 징수하는 전기요금에 TV 수신료를 합산 청구하는 현재 관행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기술적으로는 시행령 43조 2항에서 '지정받은 자(한국전력)가 수신료를 징수하는 때에는 지정받은 자의 고유업무와 관련된 고지행위와 결합하여 이를 행할 수 있다'를 '한국방송공사가 지정하는 자가 자신의 고유업무 관련 고지행위와 결합하여 수신료를 고지·징수할 수 없도록 함'으로 개정한다.
방통위는 입법예고 기간을 10일로 정했다.
통상적으로 입법예고 기간은 40일이지만, 긴급한 사안의 경우 법제처와 협의로 단축할 수 있다는 게 방통위 설명이다. 방통위는 그 배경으로 '신속한 국민의 권리보호'를 들었다.
개정안에 대해 의견이 있는 기관·단체·개인은 오는 26일까지 국민참여입법센터(opinion.lawmaking.go.kr)나 방통위에 제출하면 된다.
원래 입법예고 다음 절차는 규제심사지만, 국무조정실과 협의로 이번 사안은 비규제 이슈로 분류돼 이 역시도 생략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열흘간 입법예고 후 바로 방통위 의결을 할 수 있는데, 현재 방통위는 여야 2대 1 구도라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 전체 회의가 매주 수요일 열리는 점을 고려하면 이르면 오는 28일 의결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절차로는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심의 및 의결, 대통령 재가가 남는데 현재와 같은 속도라면 7월 중순 전에는 충분히 공포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처럼 입법예고 기간 등 절차를 대폭 단축한 사례로는 가깝게 지난해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이 있다.
당시 경찰국 신설을 위해 마련된 '행안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대통령령) 일부개정령안'은 7월 16일부터 나흘간의 입법예고를 거쳐 8월 2일 공포됐다. 입법예고부터 시행까지 18일밖에 안 걸린 셈이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추천 김현 방통위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방통위 사무처는 12일 간담회와 14일 위원회 회의 안건 보고 시에도 국무조정실 규제심사와 관련해 보고하지 않았다"며 "아울러 대통령령 개정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 이제라도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TV 수신료는 1963년 1월부터 징수해왔다. 현재 징수 근거는 '텔레비전 방송을 수신하기 위하여 수상기를 소지한 자는 수상기를 등록하고 수신료를 납부하여야 한다'는 방송법 제64조다.
1963년 당시 수신료는 100원이었으며 1974년 500원, 1980년 800원, 그리고 컬러TV가 도입된 이듬해인 1981년 2천500원으로 올라 현재에 이르고 있다.
TV 수신료 수입의 대부분은 KBS에 돌아간다. 수신료 2천500원 중 KBS가 2천261원, EBS가 70원을 갖고, 한전도 징수 위탁 수수료 명목으로 169원을 가져간다.
초기에는 KBS 자체 징수원이 집마다 돌아다니며 TV가 있는지 확인하는 방식으로 수신료를 징수했으나, 납부 회피 등 문제점이 지적되자 1994년부터는 한전의 전기요금 고지서에 합산해 징수해왔다. KBS는 대신 1TV 상업광고를 폐지했다.
KBS 수신료 수입은 연간 6천274억원이며 이는 KBS 전체 수입의 45%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리 징수하면 관련 수입이 연간 1천억원 대로 감소할 것으로 KBS는 본다. 연간 660억원인 수신료 징수 비용도 늘어나는 게 불가피한 상황이다.
KBS는 분리 징수 현실화에 대비해 법리적 검토를 포함한 대응 방안 마련에 들어갔다. 이와 함께 시행령 공포 시에는 내년 12월 31일까지 수신료 징수 계약이 체결돼있는 한전도 계약 변경 요청 등을 할 것으로 보인다.
lis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