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WSJ 보도…"35세 이하 근로자 최저수준, 25년만의 최악 인력부족"
"푸틴, 관계 부처에 대책 마련 지시…외국 탈출자 재산 압류 제안도"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인구 유출과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징집이 노동력 부족을 야기해 러시아 경제에 추가적 재앙이 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전 발발 이후 100만명이 넘는 러시아인이 외국으로 탈출하고 약 30만명이 전선에 동원되면서, 이미 장기적인 인구 감소로 긴축된 노동시장 상황이 한층 악화했다.
러시아 사업계는 프로그래머와 엔지니어에서 용접공과 석유 시추공에 이르기까지 경제를 부양하고 전쟁 수행을 지원하는 데 필수적인 노동 인력을 확보하는 데 유례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수십 년 만의 최악 노동 위기를 부채질했고, 서방 제재와 국제적 고립에 짓눌린 러시아 경제의 기반을 더욱 약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러시아 중앙은행 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러시아 기업들은 1998년 데이터 수집이 시작된 이래 25년 만에 가장 심한 인력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현지 컨설팅 업체 '핀엑스퍼티자'는 작년 말 기준으로 러시아의 35세 이하 근로자 수가 2천150만명으로 1년 전보다 133만명이나 줄어 1990년대 초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가이다르 경제정책연구소는 지난 4월 제조 회사의 약 35%가 근로자 부족을 보고했는데, 이는 199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라고 지적했다.
모스크바에 본사를 둔 컨설팅 회사 '야코프 & 파트너스'의 4월 조사에 따르면 정보통신(IT) 분야에선 절반 이상 기업이 인력 부족을 경험하고 있고, 적합한 직원 후보자를 찾는 데 예전보다 두 배가 넘는 시간을 들이고 있다.
전기 장비 제조업체 EFK의 인사 담당 이사는 "엔지니어, 설계자, 제품 관리자 등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직원을 위한 교육 및 인센티브를 늘리고, 퇴직자를 포함해 모든 연령대의 근로자를 채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노동력 부족으로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임금을 인상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박도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 관리들은 노동력 감소가 서방 제재와 국제적 고립으로 악화한 경제 성장에 추가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흐름을 차단하기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재정·사회적 인센티브를 포함해 인구 유출을 막을 수 있는 추가 조치를 마련하라고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정부는 숙련된 기술직 근로자들이 러시아에 머물도록 유인하기 위해 세금 감면, 저렴한 융자 및 우대 담보 대출 등을 제시했다.
동시에 추가 이민 차단과 외국으로 떠났던 인력 복귀를 유도하기 위한 '채찍 방안'도 들고나왔다.
러시아 재무부는 전쟁 이후 탈출해 터키·아르메니아·중앙아시아 등에 체류하면서 원격으로 러시아 내 직업을 유지 중인 수십만 명의 자국민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일부 러시아 의원들은 러시아를 떠난 사람들의 재산을 압류하자는 제안까지 했지만, 아직 관련 법률이 통과되지는 않았다.
오스트리아 빈 국제경제연구소의 바실리 아스트로프 연구원은 "인적 자본 손실은 제재 조치에 더해 러시아 경제에 또 다른 재앙이 되고 있다"면서 "교육받은 사람과 숙련된 노동력의 손실은 향후 몇 년간 경제적 잠재력을 짓누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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