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최대 규모…'민진당 고립 전략'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중국과 대만 간 갈등이 고조되는 와중에도 16일 중국 푸젠성에서 대만의 야당 등 각계 대표가 대거 참석한 가운데 제15회 '해협포럼' 행사가 개막했다.
중국 관영통신 신화사 등에 따르면 17일까지 이틀간 푸젠성 샤먼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는 '민간교류 확대와 통합발전 심화'를 주제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교류 활성화와 경제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
기층·청년·문화·경제 교류 등 4개 분야에서 37개 토론회가 열리고 14개 교류 행사도 개최된다.
주최 측은 이번 포럼이 중국 본토의 코로나19 발생 이후 3년 만에 열리는 최대 규모의 양안 민간 교류 행사라고 밝혔다.
이번 포럼에는 샤리옌 국민당 부주석이 인솔하는 제1야당 국민당 대표단을 비롯해 신당, 친민당, 민중당 등 대만의 야당 관계자들과 기업인, 각 계층 대표, 지역 대표, 종교인 등 5천여명이 초청됐다.
주최 측은 양안 간 청년 교류 행사를 지속해 확대하고, 대만 청년들에게 1천200개 이상의 일자리와 1천개 이상의 인턴십 기회를 제공하는 등 본토에서 학업과 취업, 창업을 할 수 있도록 많은 혜택을 주는 정책과 조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해협포럼 조직위원회 천즈융 부주임은 "코로나19 이후 양안 교류의 '뉴노멀 ' 마련과 융합 발전의 새로운 성과 모색, 청년층 교류 활성화에 초점을 맞췄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번 포럼이 양안 민간 교류를 깊고 넓게 하고, 한집안 식구가 더 가깝고 깊은 정을 느끼게 하며 양안이 평화 발전적인 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추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포럼은 2009년부터 매년 샤먼에서 열리는 양안 최대 민간 교류 행사로 양안의 누적 참가 인원은 33만명에 달한다.
푸젠성은 대만해협을 사이에 두고 대만과 마주 보는 지역으로, 여기서는 양안 교류와 경제 협력이 가장 활발하며 많은 대만 기업이 진출했다.
푸젠성의 100대 기업 가운데 8곳이 대만계 업체이며, 푸젠성의 농업 분야 대만 기업 투자 규모는 중국 내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이 양안 갈등 속에 대만의 야당 인사와 민간인들을 대거 초청해 푸젠에서 이번 포럼을 개최한 것은 대만에 대한 '투 트랙' 외교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의 집권 민진당과는 첨예하게 각을 세우는 반면, 야당과 밀착하고 민간 교류를 확대해 중국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의도의 연장선상이라는 것이다.
민진당은 대만 독립을 지향하며 미국과 군사·경제적으로 밀착하는 데 반해 야당인 국민당은 중국 당국이 내세우는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며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나의 중국은 1992년 중국과 대만이 이룬 공통의 인식('92 공식')을 통해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그 표현은 각자의 편의대로 한다는 것이다.
민진당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92 공식을 거부하는 입장이다.
샤리옌 부주석은 앞서 지난 2월 중국을 방문한 바 있고, 지난 3월에는 마잉주 전 국민당 총통이 12일간 중국을 방문했으며 중국 당국은 이들을 극진히 환대했다.
중국 상하이시 대표단도 지난 2월 국민당 소속 장완안 대만 타이베이시장의 초청으로 타이베이 등불 축제를 방문한 바 있다.
중국 공무원들이 대만을 방문한 것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3년 만에 처음이었다.
또 중국은 작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금지했던 대만 63개 기업의 수산물 등 상품 수입을 올해 1분기에 재개하면서 국민당 등 야당과 대만 주민의 요구를 수용했다는 점을 부각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민진당에 대한 대만 민심 이반을 꾀해 내년 1월 실시하는 대만 총통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진당은 대만 주권을 내세워 중국에 각을 세우고, 국민당은 양안 평화를 강조하며 중국으로 기우는 등 대중 외교 정책이 극명하게 갈려 대만 유권자들이 총통 선거에서 어떤 선택을 할 지에 관심이 쏠린다.
p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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