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새 핵합의 임박했나…"美, 의회 승인 필요없는 형태 추진"

입력 2023-06-16 15:53  

이란 새 핵합의 임박했나…"美, 의회 승인 필요없는 형태 추진"
공화당 중심으로 對이란 제재 해제 반대 기류…미 국무부 "외교 지속"
물밑 진전…이라크·韓 동결된 자금 해제 이은 미 포로 석방 전망
이란, 핵무기 개발 않겠다는 뜻 내비치며 사찰 허용 움직임도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미국이 이란 핵 프로그렘 제한 및 미국인 포로 석방 문제와 관련, 이란과 물밑 협상을 조만간 타결지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야당인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국내 정치적 상황을 고려, 의회 승인이 필요한 국가간 '합의' 형태 대신 비공식적인 경로를 택할 수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서방 및 이란 관리들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최근 이런 내용을 두고 논의를 진행 중이며 로이터 통신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만 이같은 조치는 미 의회를 거쳐야 하는 합의가 아닌 '양해'(understanding)의 형태로 진행될 것이라고 로이터는 내다봤다.
블룸버그 통신 역시 해당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핵 프로그램 제한은 비공식적 양해각서에 가까울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란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군사적으로 지원하고 있는데다 이란 내부적 인권 탄압 상황, 미국을 향한 적대적 행위를 지원하는 행동 등을 이유로 미국 의회 내에서 이란과의 협상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2015년 마련된 법률에 따라 미 의회는 이란 핵 프로그램 관련 합의문을 제출받도록 의무화돼있는데, 미 행정부가 이런 복잡한 정치적 절차를 수반하는 공식적 형태 대신 양국간 '암묵적 합의'를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지난 15일 마이클 매콜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이란과의 어떤 협정이나 합의도, 비공식적인 것이라도 의회에 제출해야만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미국은 이란이 이스라엘을 포함해 주변국의 군비 경쟁을 촉발할 수 있는 핵무기 개발을 막기를 원해왔으며, 이에 이란도 최근 핵무기를 개발할 뜻이 없다고 내비쳤다고 로이터는 언급했다.
결과적으로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일방 폐기한 이후 5년만에 다시금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억제 방안이 도출될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관측과 관련,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란과는 어떠한 거래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미국은 이란이 긴장을 완화하고, 핵 프로그램을 억제하고, 대리 공격을 수행하는 지역 단체들에 대한 지원을 멈추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억류된 미국 시민들을 석방하기를 원한다"고 언급했다.
또 "우리는 이러한 모든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외교적 관여를 지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로이터는 "미 행정부가 관련 보도를 일축하면서도, 의회를 피할 수 있는 덜 공식적인 '이해'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표현을 썼다"고 분석했다.

이란의 한 관리는 "임시 합의, 잠정 합의, 상호 이해 등 무슨 표현을 써도 상관없다"며 "양측 모두 더 이상의 갈등 고조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죄수 교환, 그리고 동결된 이란 자산의 일부 해제 등이 포함될 것"이라며 "이란이 우라늄 60% 농축을 중단하고 유엔 핵 사찰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는 대가로 석유 수출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해제되는 것 역시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양국간 물밑 교섭의 첫 결과물로 이라크가 이란에 지불해야 하는 천연가스 대금 27억달러(약 3조4천371억원) 및 한국에 발이 묶인 석유대금 70억달러(약 8조9천117억원)에 대한 지급을 미국이 곧 허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이라크 자금은 인도주의적 거래 등 제재 대상이 아닌 거래에 사용될 수 있도록 제한된 계좌로만 송금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익명의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의 석유대금 역시 비슷한 제한에 따라 스위스를 거쳐 송금돼 카타르 은행에 보관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미국이 이같이 제재를 일부 해제하는 대가로 이란에 억류된 미국인 3명이 석방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이란에 억류된 미국인 3명의 석방과 관련한 구체적 방법, 우라늄 농축 중단의 의미 등은 여전히 불분명한 상태라고 로이터는 짚었다.

핵 사찰과 관련해서도 여러 지점에서 진전이 감지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이란 당국은 농축 우라늄 재고를 파악할 수 있는 연료 공장에 미국 관리들이 첨단 모니터링 설비를 들여올 수 있도록 허가했다.
이란은 또 지난 2월 무기화 직전 단계의 농축화 우라늄 입자가 검출된 것과 같은 긴장 유발 상황을 더는 조성하지 않기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자발적으로 약속해왔다는 것이다.
국제사회도 이런 움직임에 호응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나 이란 사안에 대해 논의하고, 대이란 관계 정상화와 관련해 사우디의 입장을 청취할 예정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d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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