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횡재' 가능해져
(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소득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미국 대법원의 판결을 끌어낼 수 있는 한 소송에 미국 민주당부터 대기업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대법원은 소득세 규정을 담고 있는 수정헌법 제16조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려면 개인과 기업이 반드시 그 소득을 받거나 실현해야 하는지를 묻는 사건에 대한 심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소득의 정의에 대한 논쟁을 촉발한 이번 소송은 2017년 공화당 주도로 이뤄진 세법 개정과 관련이 있다.
당시 공화당은 개인과 기업에 대한 감세를 골자로 한 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 세법은 21%의 단일 법인세율을 적용하고 법인세 징수 기준을 속지주의로 변경했다.
미국 법인이라도 해외에서 번 수익에 대해서는 법인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한 것이지만 기업들이 외국에 가지고 있는 기존 수익에 대해서는 일회성 세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또한 수익을 가지고 있는 특정 외국기업의 지분을 10% 이상 가지고 있는 개인에게도 일회성 세금을 내도록 했다.
2017년 이전 미국 기업들은 해외에서 발생한 수익에 대해서는 본국으로 들여오지 않는 이상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됐다.
이에 따라 외국 소재 자회사에 수익을 쌓아둔 경우가 많았는데, 의회가 향후 본국으로의 이익 회수분에 대해서는 비과세하는 대신 해외에서 지난 30년간 축적한 이익을 소득으로 인정해 세율을 낮춘 일회성 세금을 부과하기로 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행정부는 세법 개정에 따라 일회성 세금으로 3천390억달러(약 431조3천775억원)를 거둬들였다.
이번 소송을 제기한 찰스와 캐서린 부어 부부는 자신들이 통제할 수 없고 받지도 않은 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1만4천729달러(약 1천874만원)의 세금 환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하급심에서는 패소한 상태이다.
이 부부는 현재 보수세력과 미국 상공회의소를 포함한 경제단체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만약 대법원이 이 부부의 손을 들어주면 일회성 세금을 납부한 다국적 기업들은 거액의 세금 환급을 받을 수 있으며 다른 세법 조항에 대한 줄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부유한 미국인들의 연간 미실현 수익을 소득으로 간주해 과세하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계획과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이 제안한 부유세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하급심에서 일관된 결정이 나온 사안이며 일회성 조항에 대해 광범위한 판결을 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거의 없다면서 소송을 기각해달라고 대법원에 요청한 상태다.
대법원으로 올라온 연간 근 8천건의 소송 가운데 심리가 진행되는 사건은 전체의 2%에도 못 미친다.
대법원은 다음 주까지는 이 사건에 대한 심리 여부를 결정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사건에 대한 심리가 결정돼도 변론은 빨라야 10월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WSJ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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