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당국자들 "주된 목표는 '돌파구'가 아니라 '솔직하고 직접적인' 대화"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4년 8개월 만에 성사된 미국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양국 모두 기대치 낮추기에 여념이 없지만, 적어도 양국이 외교적 노력을 계속할 의지를 표명한 사실 자체가 성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오는 18∼19일(현지시간) 베이징을 찾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2021년 이후 중국을 방문하는 최고위급 인사라고 로이터통신이 16일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방중 기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양측은 회담을 앞두고도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당국자들은 14일 사전 브리핑에서 이번 방문이 미중 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도 같은 날 밤 블링컨 장관의 방문 소식을 짤막하게 발표했을 뿐, 누구와 무엇을 논의하는지 등 일반적인 내용조차 생략했다.
미국 외교·안보 정책 컨트롤타워인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6일 "블링컨 장관의 방중은 의미 있는 이벤트지만, 다음 주 미국 대외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이벤트일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오는 22일 있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미국 국빈 방문을 두고 '전환적 순간'을 기대한다고 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로이터는 그럼에도 블링컨 장관의 이번 방중이 시진핑 주석과 바이든 대통령의 연내 만남 등 다른 분주한 '외교적 관여'의 무대를 마련한 것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두 나라가 아직 외교를 포기하지 않았음을 직접 보여주는 것이어서다.
독일마셜기금 아시아 프로그램의 앤드루 스몰 선임연구원은 "양측은 모두 책임감 있게 관계를 관리하고 있다는 것을 전세계에 보이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에 가장 중요한 청중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이고, 미국으로선 파트너와 동맹국들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런 시늉을 하는 것만으로도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유용하다"고 했다.
미국 당국자들은 미중 양국이 대만 문제부터 무역, 반도체, 인권에 이르기까지 너른 전선을 사이에 두고 대립 중인 상황에서는 위험을 줄일 위기대응 의사소통 채널을 구축하는 게 최우선 목표라고 본다.
따라서 블링컨 장관의 주된 목표는 "솔직하고, 직접적이며, 건설적인" 논의가 될 것이라고 미 당국자들은 전했다.
중국의 '좀비 마약' 펜타닐 등 유해 의약품 생산이나 억류된 미국인 석방 같은 이슈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은 주요 목표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 미국 당국자들은 블링컨 장관의 중국 방문이 올해 2월 '정찰풍선'(중국은 과학연구용 비행선이라고 주장)'의 미국 영공 침입 이후 멈춰 섰던 양국 간 분야별 고위급 대화의 물꼬를 틀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고위급 교류 재개는 9월 인도에서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11월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양국 정상의 회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윈 쑨 중국 프로그램 디렉터는 "시 주석은 샌프란시스코에 오고 싶어하고, 바이든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하고 싶어한다"며 "이는 지금부터 기반을 닦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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