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과기원 "해양미세조류 파운드리 구축…해양바이오산업 토대 마련"
(제주=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미국과 유럽 우주기관들이 우주인 식량으로 개발해 화제가 된 슈퍼푸드 '스피룰리나' 등 해양미세조류를 제주 용암해수로 대량 배양, 산업화를 지원하는 해양미세조류 파운드리 구축 사업이 추진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원장 강도형)은 18일 제주연구소에서 한국과학기자협회와 함께 개최한 과학미디어 아카데미에서 연간 5t의 스피룰리나를 생산하는 '해양미세조류 파운드리 구축 및 활용 기술개발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정부 심사가 진행 중인 이 사업은 2024~2029년 국고 420억원과 지방자치단체 예산 46억9천300만원을 투입해 제주도에 3천300㎡ 넓이의 배양시설을 구축, 연간 5t의 해양미세조류 바이오매스를 생산하는 계획을 담고 있다.
강도형 원장은 "이 사업을 통해 그동안 확보한 해양미세조류 배양기술을 파운드리에 적용해 원료 대량 생산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생산된 원료를 산업체가 활용하는 기술도 개발해 해양바이오 산업 육성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해양과기원은 해양미세조류 파운드리 구축과 활용 기술 개발이 이뤄지면 해양바이오 관련 산업체의 해양미세조류 활용률이 증가하고 식·의약 소재 개발로 이어져 이 분야에 대한 기업의 R&D 투자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슈퍼푸드·미래식량 주목받는 해양미세조류 - 해양미세조류는 항산화물질, 지방산 등 다양한 기능성 물질을 보유하고 있고 단백질 함량도 70%에 달해 미래 슈퍼푸드로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해양미세조류로는 스프링 형태의 남조류인 '스피룰리나'가 꼽힌다.
스피룰리나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기구(ESA) 등이 국제우주정거장(ISS) 우주인을 위한 고단백 슈퍼푸드로 개발해 큰 관심을 끌었다.
스피룰리나는 100g당 열량이 감자보다 4배나 많은 290㎉ 수준이어서 미래 식량 부족 사태에 대비할 자원으로도 주목받고 있으며 함유된 색소 성분 '피코시아닌'은 항산화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해양미세조류는 배양하는 과정에서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때문에 기후변화 시대에 산업적 활용 가치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스피룰리나를 연간 365t을 생산할 경우 730t의 이산화탄소 감축이 가능할 것으로 추산돼 대량 생산 시 탄소 감축을 통한 추가 부가가치 창출도 가능하다.
세계 스피룰리나 시장 규모는 2016년 12만t(7억1천870만 달러)에 그쳤지만 2028년에는 32만t(18억6천만 달러)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2023~2030년 연평균 9.4%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스피룰리나는 현재 전량 수입되고 있으며 수입량은 135톤, 126억원(식품의약품안전처 2022년 자료)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 스피룰리나 고효율 배양기술 확보, 국내 산업화는 부진 - 국내에서는 일부 중소기업이 스피룰리나 소량 생산을 시도하기도 했으나 코로나19 팬데믹 후 생산이 중단됐으며, 현재 스피룰리나 첨가 제품 원료는 전량 수입되고 있다.
하지만 해양과학기술원은 2006년부터 스피룰리나 대량 배양 연구를 시작해 세계 최고 수준 효율의 배양 기술을 확보했으며, 스피룰리나를 건강 기능성 소재로 활용하는 기술과 유효성분인 피코시아닌을 추출하는 기술 등도 개발했다고 밝혔다.
해양과기원은 현재 제주연구소에 한 번에 7t의 용암해수를 이용해 스피룰리나를 배양하는 배양시설 4개를 가동, 스피룰리나 생산 실증 실험을 하고 있다.
이 배양시설을 보름간 운영하면 용암해수 1t에서 스피룰리나 1㎏를 얻을 수 있다. 배양이 끝나면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스피룰리나를 분리한 뒤 건조하게 된다.
박흥식 제주연구소장은 "자체 개발한 스피룰리나 배양 기술의 수율이 대표적인 스피룰리나 생산기업인 미국 '시안노테크'보다 2.5배 정도 높다"고 설명했다.
해양과기원은 특히 최근 스피룰리나에서 추출한 기억력 개선 소재(SM70EE)에 대해 해양생물 유래 원료로는 처음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개별 인정형 원료 인증을 받아 다양한 제품화 기반을 마련했다.
해양과기원은 스피룰리나 추출물 제조 방법에 대해 지난해 건강기능식품 생산업체인 네추럴웨이와 약 1억7천만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 업체는 캡슐, 환, 액상, 분말 등 다양한 기억력 개선 기능식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강도형 원장은 "해양미세조류는 대량생산을 위한 파운드리 기술을 적용하기 적합한 해양생물종으로 투입단가 대비 생산성이 높고 식량, 화장품, 원료의약품으로 개발이 가능한 전략 소재"라며 "산업화하기 위해서는 미세조류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파운드리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양바이오 관련 기업이 대부분 영세한 상황에서 정부가 파일럿 규모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이를 해양미세조류 R&D 원료 확보와 기술 개발 지원 등에 활용하며 고부가가치 소재 개발과 민간시장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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