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여름전쟁' 앞둔 전력관제센터…'수급일치' 도전 커진다
올여름 역대 최대 106.4GW 공급능력 확보로 공급안정 기대
400개 발전소 껐다켰다…변동성 큰 태양광 몸집 확대에 '고차방정식' 풀어야
(나주=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삼천포5호기, 현 시간부터 AGC(자동발전제어) 하한 운전해 주십시오."
"대구그린복합, 13시까지 계통 연결해 주십시오."
올해 첫 폭염이 닥칠 수 있다는 예보가 나온 6월 16일 오전 나주 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를 찾았다.
나라 전력 계통 운영 현황을 한눈에 보여주는 스크린이 벽면을 가득 덮은 센터에서 관제사가 핫라인 유선 전화기를 들고 발전소들에 급전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한 시간 남짓 지켜보는 동안 전국 발전소에 내려진 급전 지시만 10여건.
지시에 따라 전국 발전소들이 일사불란하게 켜졌다가 꺼지고, 출력을 올리고 내렸다. 전력 수요와 공급을 완벽히 일치시키는 '동적 조정'이 이뤄지는 현장이다.
일반인들은 특정 순간 실제 쓰이는 전력보다 좀 더 많은 전력이 여유 있게 흐르는 것으로 아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실제 전력 수급은 원전, 화력발전소, 신재생발전소 등 400여개에 달하는 전국 발전소들의 총발전량을 실시간으로 조절하면서 수급을 완벽하게 일치시키는 과정이다.
공급이 모자라도, 넘쳐도 60Hz(헤르츠)가 기준인 전기 주파수가 위아래로 흔들리면서 최악의 경우 '블랙아웃'이라 불리는 대정전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수요 변화를 과학적으로 예상해 실제 수요를 따라가면서 전기 공급을 조절해야 하는데, 이 업무를 맡은 이들이 중앙전력관제센터의 관제사들이다.
관제사들은 수요 증가에 대비해 추가로 투입할 '예비력'을 확보해 놓는다. 공급 예비율을 유지한다는 것은 발전소들을 그만큼 대기시켜 두고 있다는 말이다.
이날 오전 10시 전후로 30분 내 투입 가능한 발전기만 포스코복합 7·8·9호기, 대산복합 1·2·3·4호기, 분당복합 1·2·3·5호기, 소양강 1·2호기 등 10여곳에 달했다.
매해 전력수급대책 기간이 운영되는 여름은 관제사들에게 가장 바쁘고 긴장되는 시기다.
많은 사람이 7∼8월 여름휴가를 떠나곤 하지만 법정 공휴일과 관계 없이 4개 조가 돌아가며 주야 2교대로 근무하는 관제사들에게 매년 여름은 한바탕 전장의 시기일 뿐이다.
센터에서 만난 신기준 수급운영팀장은 "센터에서 일하는 동안에는 남들 가는 여름휴가도 생각하기 어렵다"면서도 "다들 우리나라의 전력 수급을 책임진다는 사명감들을 갖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제사들은 올해 '여름 전쟁'은 예년보다 비교적 수월하게 치를 것으로 기대한다.
올여름 최대 전력 수요가 92.7∼97.8GW(기가와트)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작년 말 신한울 원전 1호기(1.4GW)가 새로 가동에 들어가는 등 최대 공급 능력이 역대 최고 수준인 106.4GW로 늘었기 때문이다.
전력 수요가 최고조에 달해도 공급 예비율은 8.1∼12.9%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탄소중립 전환 과정에서 변동성이 큰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상당히 높아져 전기 수급을 완벽하게 일치시켜나가는 업무는 까다로워졌다. 관제사들은 이런 변화를 올해부터 부쩍 크게 느낀다고 한다.
과거 전력거래소는 경제적인 원전과 석탄발전소를 우선 가동해 '기저 전원'으로 삼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으로 이를 초과하는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방식으로 수급을 일치시켰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그중에서도 특히 기상 조건에 따라 전력 생산 편차가 큰 태양광의 규모가 커지면서 상황이 사뭇 달라졌다.
2019년 말 15.8GW이던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현재 28.9GW로 급증했다. 실제 전력 생산은 다른 얘기지만, 현재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우리나라의 총 원전 발전 설비용량인 24.7GW보다 많다.
전력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봄·가을철 휴일의 낮 한때지만 태양광 발전소들이 원전 수십기 분량의 전기를 한꺼번에 만들어내 발생하는 '전력 초과' 상황을 어떻게 해소할지라는 새 숙제가 생겼다.
지난 4월 9일 일요일 낮 12시∼1시 평균 태양광 출력량의 추계치는 21.7GW. 이 시간대 우리나라 전체 전력 수요(55.6GW)의 39.2%를 차지했다. 한때지만 태양광 발전 비중이 전체 전력 소비의 40% 가까이 치솟은 것이다.
전력거래소는 지난 봄 전력 수요가 적고 태양광 발전량이 많은 날 대부분 화력발전기를 끄고, 이로도 전력 초과 상황이 해소되지 않자 일부 태양광과 원전의 발전량을 낮추는 '출력 제어'를 하기도 했다. 작년까지 없던 초유의 상황이다.
커진 태양광 발전으로 전력 수급 관리의 복잡성이 커졌다.
태양광 패널이 전력을 만드는 오전부터 화력발전소 생산 전력량을 서서히 줄이다가 태양광 공급이 적어지는 오후 늦게부터 다시 다른 발전소의 전력 공급을 늘려나가야 한다.
또 하루에도 날씨 변화에 따른 실시간 대응을 해야 한다. 태양광 출력이 높았다가도 태양광 발전소가 많은 남부지방이 흐려지면 전기 공급이 급감한다. 이때는 신속히 다른 화력 발전소를 가동하거나 출력을 높여 대응해야 한다.
이에 센터 벽에는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발전 추이 데이터와 구름 이동을 보여주는 위성사진 화면이 새로 설치됐다.
정동희 전력거래소 이사장은 "과거에는 수요 변화에 대응하는 것만 중요했다면 최근에는 공급이 춤을 추듯 변화하고 있어 전력 수급이 고차방정식을 푸는 것처럼 변하고 있다"며 "변화된 상황에서도 국민들이 안심하고 전기를 쓰고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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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역대 최대 106.4GW 공급능력 확보로 공급안정 기대
400개 발전소 껐다켰다…변동성 큰 태양광 몸집 확대에 '고차방정식' 풀어야
(나주=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삼천포5호기, 현 시간부터 AGC(자동발전제어) 하한 운전해 주십시오."
"대구그린복합, 13시까지 계통 연결해 주십시오."
올해 첫 폭염이 닥칠 수 있다는 예보가 나온 6월 16일 오전 나주 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를 찾았다.
나라 전력 계통 운영 현황을 한눈에 보여주는 스크린이 벽면을 가득 덮은 센터에서 관제사가 핫라인 유선 전화기를 들고 발전소들에 급전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한 시간 남짓 지켜보는 동안 전국 발전소에 내려진 급전 지시만 10여건.
지시에 따라 전국 발전소들이 일사불란하게 켜졌다가 꺼지고, 출력을 올리고 내렸다. 전력 수요와 공급을 완벽히 일치시키는 '동적 조정'이 이뤄지는 현장이다.
일반인들은 특정 순간 실제 쓰이는 전력보다 좀 더 많은 전력이 여유 있게 흐르는 것으로 아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실제 전력 수급은 원전, 화력발전소, 신재생발전소 등 400여개에 달하는 전국 발전소들의 총발전량을 실시간으로 조절하면서 수급을 완벽하게 일치시키는 과정이다.
공급이 모자라도, 넘쳐도 60Hz(헤르츠)가 기준인 전기 주파수가 위아래로 흔들리면서 최악의 경우 '블랙아웃'이라 불리는 대정전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수요 변화를 과학적으로 예상해 실제 수요를 따라가면서 전기 공급을 조절해야 하는데, 이 업무를 맡은 이들이 중앙전력관제센터의 관제사들이다.
관제사들은 수요 증가에 대비해 추가로 투입할 '예비력'을 확보해 놓는다. 공급 예비율을 유지한다는 것은 발전소들을 그만큼 대기시켜 두고 있다는 말이다.
이날 오전 10시 전후로 30분 내 투입 가능한 발전기만 포스코복합 7·8·9호기, 대산복합 1·2·3·4호기, 분당복합 1·2·3·5호기, 소양강 1·2호기 등 10여곳에 달했다.
매해 전력수급대책 기간이 운영되는 여름은 관제사들에게 가장 바쁘고 긴장되는 시기다.
많은 사람이 7∼8월 여름휴가를 떠나곤 하지만 법정 공휴일과 관계 없이 4개 조가 돌아가며 주야 2교대로 근무하는 관제사들에게 매년 여름은 한바탕 전장의 시기일 뿐이다.
센터에서 만난 신기준 수급운영팀장은 "센터에서 일하는 동안에는 남들 가는 여름휴가도 생각하기 어렵다"면서도 "다들 우리나라의 전력 수급을 책임진다는 사명감들을 갖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제사들은 올해 '여름 전쟁'은 예년보다 비교적 수월하게 치를 것으로 기대한다.
올여름 최대 전력 수요가 92.7∼97.8GW(기가와트)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작년 말 신한울 원전 1호기(1.4GW)가 새로 가동에 들어가는 등 최대 공급 능력이 역대 최고 수준인 106.4GW로 늘었기 때문이다.
전력 수요가 최고조에 달해도 공급 예비율은 8.1∼12.9%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탄소중립 전환 과정에서 변동성이 큰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상당히 높아져 전기 수급을 완벽하게 일치시켜나가는 업무는 까다로워졌다. 관제사들은 이런 변화를 올해부터 부쩍 크게 느낀다고 한다.
과거 전력거래소는 경제적인 원전과 석탄발전소를 우선 가동해 '기저 전원'으로 삼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으로 이를 초과하는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방식으로 수급을 일치시켰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그중에서도 특히 기상 조건에 따라 전력 생산 편차가 큰 태양광의 규모가 커지면서 상황이 사뭇 달라졌다.
2019년 말 15.8GW이던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현재 28.9GW로 급증했다. 실제 전력 생산은 다른 얘기지만, 현재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우리나라의 총 원전 발전 설비용량인 24.7GW보다 많다.
전력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봄·가을철 휴일의 낮 한때지만 태양광 발전소들이 원전 수십기 분량의 전기를 한꺼번에 만들어내 발생하는 '전력 초과' 상황을 어떻게 해소할지라는 새 숙제가 생겼다.
지난 4월 9일 일요일 낮 12시∼1시 평균 태양광 출력량의 추계치는 21.7GW. 이 시간대 우리나라 전체 전력 수요(55.6GW)의 39.2%를 차지했다. 한때지만 태양광 발전 비중이 전체 전력 소비의 40% 가까이 치솟은 것이다.
전력거래소는 지난 봄 전력 수요가 적고 태양광 발전량이 많은 날 대부분 화력발전기를 끄고, 이로도 전력 초과 상황이 해소되지 않자 일부 태양광과 원전의 발전량을 낮추는 '출력 제어'를 하기도 했다. 작년까지 없던 초유의 상황이다.
커진 태양광 발전으로 전력 수급 관리의 복잡성이 커졌다.
태양광 패널이 전력을 만드는 오전부터 화력발전소 생산 전력량을 서서히 줄이다가 태양광 공급이 적어지는 오후 늦게부터 다시 다른 발전소의 전력 공급을 늘려나가야 한다.
또 하루에도 날씨 변화에 따른 실시간 대응을 해야 한다. 태양광 출력이 높았다가도 태양광 발전소가 많은 남부지방이 흐려지면 전기 공급이 급감한다. 이때는 신속히 다른 화력 발전소를 가동하거나 출력을 높여 대응해야 한다.
이에 센터 벽에는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발전 추이 데이터와 구름 이동을 보여주는 위성사진 화면이 새로 설치됐다.
정동희 전력거래소 이사장은 "과거에는 수요 변화에 대응하는 것만 중요했다면 최근에는 공급이 춤을 추듯 변화하고 있어 전력 수급이 고차방정식을 푸는 것처럼 변하고 있다"며 "변화된 상황에서도 국민들이 안심하고 전기를 쓰고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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