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출자' 이유로 우크라 전쟁 후 국제시장서 채권발행 어려움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달러화 중심의 국제 금융시스템에 도전하겠다는 야심을 지닌 중국의 주도로 설립된 개발은행이 생존의 위기에 직면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브릭스(BRICS) 신개발은행(NDB)이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NDB는 브릭스 회원국인 중국과 러시아,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신흥국과 개도국의 인프라 확충을 위한 금융지원을 목적으로 2015년 출범한 개발은행이다.
NDB는 베이징에 설립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함께 서방 선진국 주도의 아시아개발은행(ADB)이나 국제통화기금(IMF)의 대항마로 주목받았다.
2017년 신흥국에 대한 금융지원 총액은 10억 달러(약 1조2천800억 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초에는 300억 달러(약 38조4천억 원)로 급증할 만큼 영향력이 증가했다.
그러나 WSJ은 현재 NDB는 만기가 돌아온 부채의 대환대출 자금도 쉽게 마련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자금난은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본격화됐다.
NDB 자본금의 20%는 러시아 정부가 출자했다는 사실이 국제 자본시장에서 걸림돌이 된 것이다.
국제 금융망 퇴출이라는 제재를 받은 러시아와 직접 관련된 은행에 자금을 빌려줄 경우 직·간접적인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했기 때문이다.
국제신용평가회사 피치도 지난해 7월 NDB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달러화 표시 채권시장에 대한 접근력이 떨어졌다'는 취지의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실제로 NDB는 지난 4월 12억5천만 달러(약 1조6천억 원) 상당의 채권을 발행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 비해 5배의 비용을 더 지불해야 했다.
현재 NDB 발행 채권 이율은 5.14%에 달한다. 이에 비해 서방 국가들이 주도하는 ADB와 세계은행(WB)의 채권 이율은 각각 3.81%와 3.54%에 불과하다.
자금원 역할을 하던 중국 정부도 현재 경기 회복이 늦어지면서 NDB에 대한 지원에 소극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루시아나 아시올리 브라질 응용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NDB는 자금 조달 능력이 떨어진 것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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