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냉전 후 첫 '집단방위 계획' 수립 추진…러 공격 대비

입력 2023-06-17 02:41  

나토, 냉전 후 첫 '집단방위 계획' 수립 추진…러 공격 대비
사무총장 "병력 30만명 준비태세로"…캐나다, 러 접경 라트비아에 주력전차 추가 배치
"우크라 전투기 훈련, 올여름 개시…정상회의서 '나토 가입' 논의 안해"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냉전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 공격에 대비한 '집단방위 계획' 수립을 추진하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1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나토 국방장관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새로운 지역 계획(regional plans)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그는 "냉전 이후 처음으로 우리는 집단방위를 위해 병력과 전력, 지휘·통제 계획과 함께 (각국의) 방위 계획을 완전히 연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지역계획 수립 시 고도의 준비 태세를 갖춘 30만명의 병력이 배치되는 한편 공중·해상 방위 전력도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우리는 방공 및 미사일 방어를 위한 새로운 순환(배치) 모델에 합의했다"며 "이는 (전력) 자원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사용되는 것을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토 '지역 계획'은 나토 31개 회원국에 대한 러시아 등 강대국의 공격을 가정한 대응 전략으로 현재 검토 단계지만, 완성되면 수천장 분량의 기밀 군사 문건이 될 전망이다.
소련 붕괴로 냉전이 종식된 이후 지난 수십 년간은 러시아를 실존적 위협으로 여기지 않던 나토 내부에서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에 전쟁이 돌아왔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집단방위 계획 수립 필요성이 제기됐다.
나토 자체가 핵공유를 근간으로 하는 '집단방위 체제'를 상징하지만, 지상·해상·공중 방어전략을 아우르는 포괄적 지역계획이 수립되는 건 사실상 처음이어서 상징적 의미를 넘어선 군사안보 동맹으로서의 성격이 한층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움직임은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어니타 어낸드 캐나다 국방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 접경국인 라트비아에 주둔 중인 캐나다 주도 나토 전투대대에 가을 전까지 레오파드 2A4M 주력전차 15대를 추가 배치할 계획이라고 공개했다. 나토 동부전선 전력이 증강되는 것이다.


다만 이날 국방장관회의에서는 튀르키예가 지역계획에 어깃장을 놔 잠정 합의 도출에는 실패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그러나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지역계획 관련) 모든 문제에 회원국들이 합의하는 데 매우 근접했다"면서 "최종 결정은 내달 정상회의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국방장관회의 기간 나토는 현재 '위원회'(Commission)로 운영 중인 우크라이나와 협의체를 '나토-우크라이나 평의회(Council)'로 격상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나토-우크라이나 평의회를 신설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출범 시 우크라이나가 나토 회원국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상호 안보 이슈를 논의하고 필요한 결정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토가 모색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전보장 대책의 일환으로 보인다.
그는 특히 "우리의 열망은 내달 정상회의에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평의회 첫 회의를 여는 것"이라고 전해 젤렌스키 대통령의 참석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나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를 회원국으로 공식 초청하는 문제가 논의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신 우크라이나군이 나토 표준화에 가까워지도록 하는 방안이 다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이날 "네덜란드와 덴마크 주도로 우크라이나 조종사들의 F-16 전투기 훈련을 올여름 시작하기로 한 계획을 포함한 새로운 지원 발표를 환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전날 "훈련이 시작됐다(has started)"고 말해 우크라이나 공군이 부인하는 등 혼선이 빚어진 바 있다.
전날 발언은 문법적 오류로 빚은 실수로 추정되며, '여름에 시작될 것'이라고 이를 바로 잡은 것으로 해석된다.
shi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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