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한가 사태' 연루 커뮤니티 운영자, 투자에 레버리지 활용
주주행동주의 전문가들 "가치투자 원칙과 맞지 않아" 지적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5개 종목 동시 하한가 사태를 일으킨 배후로 한 인터넷 주식투자 커뮤니티가 지목되는 가운데 금융투자업계에선 운영자 강모(52)씨의 레버리지(차입) 활용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강씨가 주주행동주의를 지향하면서 리스크가 막대한 레버리지를 일으킨 것은 모순이라고 입을 모아 지적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강씨는 다른 투자자들과 함께 증권사 신용융자를 써가며 지난 14일 하한가를 기록한 방림[003610], 동일산업[004890], 만호제강[001080], 대한방직[001070], 동일금속[109860] 등 5개 종목에 투자해왔다.
지난 4월 말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하한가 사태 이후 리스크 관리에 나선 증권사들이 대출 연장 불가 방침을 세우자 담보 부족과 그로 인한 반대매매 등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장내에서 물량을 던지며 이번 폭락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날 강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A투자연구소'에 가족들의 증권사 계좌 잔고를 공개했다. 이번 사태로 4개 증권사에 있는 강씨의 친인척 계좌 9개 등에서 총 79억원의 담보 부족 금액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씨는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매수 포지션에 있던 (투자자)분들의 자금이 거의 바닥나 있었고 심지어 그분들의 대출 만기가 도래한 것이 연장이 안 돼 주식을 팔 수밖에 없는 포지션으로 내몰리고 있었다"며 이들이 내놓을 매도 물량을 받아줄 만한 투자처를 찾는 도중 하한가 사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강씨는 자신이 매수·매도 타이밍을 연결하며 주가가 떨어지지 않게 관리를 해왔다는 의혹에 대해선 "시장 수급정보가 자연스레 내게 집중되니 그 균형점을 자연스레 알게 되는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의 이러한 투자 방식이 통정매매 등 시세조종에 해당하는지는 수사로 규명돼야 할 영역이지만, 업계에선 강씨가 주주행동주의를 지향하면서 레버리지를 활용한 것부터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행동주의펀드 운용사 관계자는 "(강씨가) 어떤 투자 노하우가 있어서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일반적인 행동주의펀드 입장에서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행동주의는 회사와 긴 대화를 해야 하고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도 해야 하는 등 기본적으로 투자 기간이 길다"며 "그렇게 긴 시간 동안 코로나19 같은 예측 불가능한 일로 주가가 폭락하면 담보 비율이 미달해 주식을 다 팔아야 할 텐데 (강씨의 투자방식은) 굉장히 위험한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주주행동주의는 경영진·지배주주와 파트너가 돼서 오랫동안 함께 가겠다는 전제가 있는 장기투자 전략이지 단기 트레이딩이 아니다"라며 "보통 정기주총이 2번은 지나야 해서 최소 2년이 걸리는데 그 사이에 주가가 어떻게 움직일 줄 알고 신용을 쓰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소액주주연대, 행동주의펀드와 함께 남양유업[003920], KISCO홀딩스[001940] 등을 상대로 주주행동주의를 펼쳐오고 있는 심혜섭 변호사 역시 "주주행동주의는 기본적으로 가치투자를 원칙으로 하며, 가치투자는 최대한 리스크를 지지 않는다"면서 "개인들 입장에선 과도하게 레버리지를 일으키고 있는데 그 어떤 가치투자자도 이해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세조종 혐의를 받는 강씨가 자신의 행위를 소액주주운동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번 사태가 이제 막 한국에서도 싹을 틔우기 시작한 주주행동주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심 변호사는 "(이번 사태는) 주주행동주의라는 개념을 오염시키는 나쁜 사례"라며 "주주행동주의는 여론, 정당성에 기초한 논리적인 설득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앞으로 이를 더 어렵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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