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엔저라지만 장기 투자는 '글쎄'…긴축 끝자락엔 채권"

입력 2023-06-18 06:05  

"역대급 엔저라지만 장기 투자는 '글쎄'…긴축 끝자락엔 채권"
글로벌 긴축 마무리 투자전략은…은행권 전문가들 조언
시장금리 점차 하락할 것…"장기간 고금리 상품 찾아라"
주식 전망은 갈려…"상승 여력 있다 vs 최근 과열 양상"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박대한 민선희 기자 = 일본 엔화가 원화 대비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엔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주요 은행의 투자 전문가들은 엔화가 단기적으로 조금 더 떨어질 수 있겠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 매력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 주도의 글로벌 긴축이 끝나가고 있는 지금, 가장 주목해야 할 자산은 채권이라고 강조했다.
◇ "원/엔 890원대까지 밀릴 수도…장기 투자 매력은 떨어져"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 고시 원/엔 환율은 지난 16일 오후 3시 30분 기준 100엔당 903.82원이었다. 지난 2015년 6월 이후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엔화 가치가 떨어진 것은 미국·유럽 등 주요국에서 긴축을 이어가는 가운데서도 일본은행이 완화정책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원화가 강세를 나타내면서 원/엔 환율이 크게 떨어졌다.
서정훈 하나은행 자금시장영업부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100엔당 890원 선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며 "이에 따른 엔화 투자 수요 역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안비호 NH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 WM전문위원도 "최근 엔/원 환율은 10년 내 최저 수준에 근접해 충분히 매력적인 수준"이라며 "비중 확대를 추천한다"고 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엔화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았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안전자산 투자 관점에서 엔화가 달러화보다 더 매력적인 수준이기는 하지만, 환율 상승만 노리고 통화 자체에 투자하는 것은 장기투자자 관점에서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며 "너무 큰 비중을 투자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도 "미국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달러 약세에 일본 엔화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나타내겠지만, 다른 통화들에 비해 달러 대비 강세가 높은 수준은 아니다"라며 "엔화에 대해서는 중립적인 시각"이라고 말했다.

◇ "긴축 막바지엔 채권에 주목…단기물 금리 높고 장기물은 차익↑"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연방기금금리)를 5.00∼5.25%로 동결하면서 시장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부터 금리 인하가 시작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은행권 투자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가 이뤄진다면 가장 주목해야 할 자산으로 채권을 꼽았다.
신정섭 PWM서울파이낸스센터 PB팀장은 "지난해부터 금리가 급등하며 기존 채권 가격이 급락했다"며 "채권 가격이 유례없이 액면가보다 떨어진 상황이며 만기까지 보유할 비과세로 받을 수 있는 채권의 시세차익도 큰 시점"이라고 말했다.
신정섭 PB팀장은 "2025년 이후 금융투자소득세가 시행되면 채권 매매차익도 과세가 돼, 2024년 말 전에 만기가 되는 채권을 먼저 보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애널리스트도 "높은 이자를 원하는 투자자라면 단기물 채권, 향후 금리 하락을 염두에 둔 투자자라면 장기물 채권을 추천한다"며 "고금리 수익을 노릴 수 있는 채권 단기물과 가격 차익이 큰 장기물을 함께 가져가는 바벨전략도 고려할 만하다"고 했다.
이 외에 문정희 수석이코노미스트, 박효성 하나은행 영업1부PB센터지점 골드PB팀장, 안비호 WM전문위원도 공통으로 채권이나 채권형펀드를 투자할 만한 자산으로 꼽았다.
◇ "장기간 고금리 제공 상품 추천"…주식 전망은 엇갈려
신정섭 PB팀장은 "꾸준히 시장금리가 하락하며 수년 내 초저금리 시대가 다시 올 수 있는 만큼, 고정금리를 오랜 기간 제공하는 상품을 잘 찾아 가입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팀장은 장기간 고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으로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 채권을 꼽았다.
그는 "이들 상품은 요즘 연 4.8∼4.9% 수준의 확정금리를 5∼7년간 지급한다"며 "다만 발행사 부실이 발생할 경우 변제 순위가 밀리기 때문에 산업은행 같은 국책은행이나 신용등급이 우수한 시중은행 등 물량을 선별적으로 살펴보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신 팀장은 저축성 보험도 추천했다. 통상 연 3.7∼3.9% 수준의 금리를 5년간 확정 제공하고 이후 공시이율(시장이율)로 변경되는 방식인데, 금리가 신종자본증권보다는 낮지만 10년 이상 유지할 경우 비과세 혜택이 있다는 게 장점이다.
주식과 관련해서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엇갈렸다.
박효성 PB팀장은 "IT, 반도체 기업들의 이익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주식형 펀드에 분산투자하는 것을 추천한다"며 "최근 가파르게 주가가 상승했지만, 여전히 풍부한 유동성이 유입되고 있는 산업이므로 적정 투자 시점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반면 박형중 애널리스트는 "AI 관련 주식을 중심으로 주가는 과열 양상을 보인다"며 "주식을 추가 매수하기보다는 보유주식의 매도 시점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했다.
신정섭 PB팀장도 "향후 금리 인하 기조는 주가가 높아질 수 있는 상방 요인이지만 최근 고비용, 고환율, 고물가 영향으로 3분기 이후 기업 실적이 최근 실적만 못할 수 있다"며 "(코스피) 2,400∼2,800선에서 횡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어 "펀드나 ETF, 직접 주식투자보다는 횡보시장에서 이득을 볼 수 있는 주가연계증권(ELS)을 살펴보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hk999@yna.co.kr, pdhis959@yna.co.kr, ss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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