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바닥론 논하기엔 시기상조…추세 상승 아니다"
"임대인 DSR 규제 완화, 길어야 1년 한시 운용"
"전세에 시장원리 작동시켜야…보증보험, '공시가 126%' 가입문턱 유지"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박초롱 임성호 기자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세제도 개편과 관련해 "갭투자의 '갭'(gap)을 가급적 벌려놓아야 임차인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원 장관은 지난 16일 서울 국토발전전시관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임대인이 반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장해야 전세 보증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세입자에 대해선 과도한 전세대출을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
원 장관은 "본인의 부담 능력과 위험 평가 기능에 따라 전셋값이 책정돼야 하는데, 지금은 금융기관·보증기관·임대인·임차인 모두 시장 원리와는 따로 돌아가고 있다"며 "이 시장 원리를 작동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전세난' 해소를 위한 임대인 대출 규제 완화와 관련해선 길어야 1년 정도 운용할 것이라며 "계속 완화해준다고 하면 '전세 끼고 집 사라'는 얘기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현재 부동산 시장 상황에 대해서는 "집값 바닥론을 말하기에는 시기상조"라며 "경기 둔화와 역전세로 인한 하방 압력이 여전하기 때문에 전반적 추세 상승으로 간다는 데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다음은 원 장관과의 일문일답.
-- 최근 집값 바닥론 논쟁이 뜨겁다. 정부는 현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나.
▲ 부동산 규제 완화와 금리 상승 둔화로 경착륙을 피했으나 '바닥이다, 아니다'를 말하기에는 시기상조다. 국지적으로는 상승 거래가 있지만, 경기 둔화와 역전세로 인한 하방 압력이 여전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추세 상승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가격을 갖고 서로 눈치 싸움, 버티기를 하는 과정에서 선호도가 높고 입지가 좋아 대기 수요가 많은 지역에서 하락이 멈추거나 부분 상승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에 추격 매수가 따라오거나 투자 수요가 붙을 것이냐에 대해선 '아니다'라고 본다. 지금 정도의 거래량, 국지적 상승으로 추세가 돌아섰다고 말하기에는 이르다.
-- 지금 수준보다는 가격이 하향 조정돼야 한다고 보나.
▲ 구체적 가격보다는 소득 가격 지수(소득 대비 집값 비율·PIR)를 봐야 한다. 이 지수가 최고 18까지 오른 뒤 12, 11까지 왔다가 다시 14, 15로 올라가는 흐름이라고 한다면 결국 평생 소득 30년 치 중 절반 이상을 집에 담가 놓지 않으면 내 집 마련이 어렵다는 뜻이다. (PIR이 15면 한 푼도 쓰지 않고 연봉 15년 치를 모아야 집을 산다는 의미) 소득과 가격이 비례해서 움직이고 이에 따라 부담할 수 있는 집값, 또는 임대료 수준에서 물가 상승률 정도가 반영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
-- 올해 하반기 역전세가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에 한해 임대인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완화를 추진 중인데, 추가로 고민하는 대책이 있나.
▲ 전세가격이 2021년 9월 고점이었기 때문에 2년 뒤인 올해 하반기 고점 때 계약부터 순차적으로 보증금 반환 과정에 들어가게 된다. 이전 계약만큼 보증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차액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집주인들이 5조원에 가까운 대출을 받아서 돌려줬다.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의 특례보금자리론은 2조원가량이 소진됐다. 이걸로도 안 되는 부분이 문제이기에 보증금 차액에 대해 다음 계약 기간 때까지만 DSR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에 대해 금융당국, 기획재정부와 검토하고 있다.
국민들은 정부가 임대인에게 돈을 풀어주는 것처럼 오해하실 수 있다. 그러나 대출 신청이 들어오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그대로 볼 것이고, 보증금 반환 목적에만 쓰도록 할 것이다. 대출금이 임차인에게 직접 가야 하고, 다음 세입자 보호를 위해 임대인 부담으로 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에 의무 가입해야 한다. 또 담보가치, 즉 물건이 깨끗해야 하고 임차인이 추가로 받은 대출에 대해선 금융기관 기준에서 볼 때 상환 능력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 이런 기준을 둔 뒤 금융기관 자율에 맡길 것이다. 정부에서 큰 원칙을 잡았지만 실무적인 것까지 세세히 정하려면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다. 대출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 임대인 대출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한다고 했다. 어느 정도 기간이 될 수 있나.
▲ 길어도 1년이다. 한꺼번에 터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일시 개입하는 것이지, 앞으로 계속 완화해준다고 하면 '전세 끼고 집 사라'는 얘기밖에 안 된다.
-- 역전세난이 언제까지 갈 것으로 보나.
▲ 올해 하반기 피크를 찍고, 내년부터는 점차 나아질 것으로 본다. 현재 전셋값은 2년 전과 비교해 약 12% 낮은 수준이다. 최근 전셋값이 보합인 점을 고려할 때 역전세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전셋값 변동이 큰 아파트를 중심으로 역전세가 발생하고 있어 시장 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
-- 임대인단체에서는 지난달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보험 가입 문턱이 높아져(전세가가 주택 공시가의 126% 이하여야 보증보험 가입 가능) 역전세난이 가중된 측면이 있다면서 기준 완화를 요구하고 있는데.
▲ 갭투자의 '갭'을 가급적 벌려 놓아야 임차인들이 보증금을 반환받을 권리를 좀 더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 전세 끼고 집 사는 입장에서 그 권리를 국가에 보장해달라고는 것은 지나친 요구다. (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더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 전세제도 개편 방향을 밝히며 무제한 갭투자는 금지 또는 제한하는 방향을 논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 저 자신도 전세를 오래 살았기 때문에 전세에 대해 우리 국민과 같은 평균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집주인은 보증금을 '채무'라고 생각하지 않고, 세입자의 경우 전세대출이 무제한으로 주어지다 보니 저리 대출을 당겨쓰지 않고 월세를 살면 바보처럼 된다는 데 전세의 문제가 있다. 본인의 부담 능력과 위험 평가 기능에 따라 전셋값이 책정돼야 하는데, 지금은 금융기관·보증기관·임대인·임차인 모두 시장 원리와는 따로 돌아가고 있다. 이 시장 원리를 작동시켜야 한다는 생각이다.
-- 구체적으로 구상하는 전세제도 개편 방안이 있나.
▲ 임대인이 반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장해야 보증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막상 보증금을 돌려줄 때가 되면 '주식 투자해서 없다', '다른 집을 또 샀기 때문에 돌려줄 돈이 없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가입 때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 몇 퍼센트 이상은 안 된다고 캡을 씌우면 지금처럼 전세가가 매매가를 넘거나 깡통전세가 되는 것은 막게 된다. 전세가를 억지로 낮추라는 게 아니다.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는 게 가능하다. 보증보험은 임대인 부담으로 들어야 할 것이다.
지금 전세제도를 그냥 유지하면 부동산시장 상승기에는 전세가가 매매가를 밀어 올리고, 하락세로 꺾이는 순간 역전세·깡통전세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가게 된다. 다만 이는 재산권에 해당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 철저한 공론화, 입법화를 거쳐야 할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할 일은 없다.
-- 과도한 전세대출이 깡통전세를 부추긴다는 의견도 많다.
▲ 전세대출 제도가 또 다른 핵심 문제다. 전세대출을 상당히 제한해야 한다. 지금은 서민 대출이라는 이유로 거의 무제한으로 주고 있는데, 그게 과연 맞는가. 임대의 형태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는데 전세만이 주거 복지고 사다리로 봐서는 안 된다.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제도와 주거복지 차원의 여러 정책이 서로 맞물려서 가야 한다.
-- 올해 들어 인허가, 착공 물량이 급감하면서 2∼3년 후엔 공급 부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비수도권은 미분양이 있을 정도로 공급이 과잉된 측면이 있다. 문제가 되는 곳은 입지 선호도가 높은 수도권이다. 이에 대비해 정비사업을 대대적으로 풀었다. 작년과 올해 정비사업 인허가 물량이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냈던 물량의 2배쯤 된다. 지금 집값은 전반적인 폭등을 걱정할 상황이라기보다는 'L자형' 횡보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공공의 공급과 공급 선호도가 높은 도심에 대해 공급을 적극적으로 풀어 대응하겠다.
-- 연초 업무계획을 통해 도심 지상 철도를 지하화하고, 지상에는 공원을 만들거나 복합개발하는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철도 지하화는 재원확보가 관건일 텐데, 방안은.
▲ 모든 게 재원 문제다. 중앙정부 재정으로 추진하기에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철도 건설과 상부 개발을 연계하는 사업 모델 구상이 완료되면, 이를 법적으로 뒷받침할 '철도지하화 특별법'(가칭)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상부 개발 과정에서 대단위의 개발 이익이 나오는 것을 일부 지하화 예산으로 넣는 등의 재원 조달 방법이 필요하다. 길을 열기 위해 규제를 대폭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예를 들면 지금은 코레일의 투자처나 개발이익 환수 방식에 제한이 있는데, 이를 풀어 재원을 마련하는 틀을 연구해 특별법에 넣어야 할 것이다.
lucid@yna.co.kr, chopark@yna.co.kr,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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