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 협력 강화 합의…사우디 "걸프 해역 항행 안정 보장돼야"
이란 "이스라엘은 이슬람의 적"…사우디·이스라엘 관계정상화 추진 美 견제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외교 관계 복원 후 처음으로 이란을 찾은 사우디아라비아 외교장관이 걸프 해역(페르시아만)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우디 국왕의 방문 초청을 이란 대통령이 수락함으로써 양국 정상 회담도 성사될 전망이다.
18일(현지시간)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교장관은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과 회담 후 취재진에 "지역 안보, 특히 걸프 해역의 항행 안정을 위한 양국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파이살 장관은 "지역에 대량파괴 무기가 들어와서는 안 된다"면서 "이를 위해 중동 지역 국가 간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아미르압둘라히안 장관은 "이란은 안보를 군국주의와 연관 짓지 않는다"며 "중동의 안정은 외세의 간섭을 배제될 때 이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란 외무부는 양국 장관이 안보, 경제, 관광, 교통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미군과 이란군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4·5월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 2척을 잇달아 나포한 바 있다.
지난달 이란은 미군 잠수함이 이 지역 영해를 침범했다고 주장했고, 미국은 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호르무즈 해협은 폭이 40㎞에 불과하며 세계 해상 원유 운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곳으로 미국 군함과 혁명수비대 함정 간 군사적 마찰이 자주 발생해왔다.
이란을 방문한 파이살 장관은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을 만나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의 친서를 전달했다.
이란 대통령실은 라이시 대통령이 알사우드 국왕의 초청을 수락했으며, 그가 조만간 사우디를 방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파이살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중동 현안은 외국의 간섭 없는 당사국 간 대화로 풀 수 있다"며 "모든 이슬람 국가의 적은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의 최대 적은 이스라엘이라고 강조하면서 "일부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과 관계를 복원한 것은 이슬람 세계의 염원과 어긋나는 조치"라고 날을 세웠다.
미국은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외교 정상화를 위한 중재에 공을 들이고 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지난 6일 사우디를 방문해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회담하고 이 사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2020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중재로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모로코, 수단 등 아랍권 4개국과 '아브라함 협약'을 맺고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했다.
logo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