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엔저에 '100엔=900원' 붕괴…수출기업 타격 우려도
원화는 강세 전환…원/달러 환율 1,270~1,280원대 안착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엔화 가치 급락세 속에 19일 원/엔 환율이 8년 만에 800원대를 기록했다.
세계 각국의 통화 긴축에도 일본은행(BOJ)이 나 홀로 완화 정책을 이어가면서 엔화 가치가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 8시 23분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897.49원을 기록했다. 원/엔 환율이 800원대에 진입한 것은 2015년 6월 25일 이후 8년 만이다.
다만, 원/엔 환율은 800원대를 터치한 뒤 다시 900원대를 회복했다. 이날 오전에는 900원대 초반 흐름을 이어가다가 엔/달러 환율이 반락(엔화 가치 상승)하면서 900원대 중반으로 올라섰다.
엔/달러 환율은 장중 141.967엔으로 올라 작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으나 엔화 가치가 지나치게 빨리 떨어졌다는 부담감 등이 작용하면서 141.4엔대까지 떨어지는 흐름을 보였다.
이에 서울 외환시장 마감 시간인 오후 3시 30분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05.21원으로 집계됐다.
원화와 엔화는 국내 외환시장에서 직접 거래되지 않고, 달러화를 중간 매개로 활용해 통화가치를 비교하는 재정환율로 상대 가치를 매기는 구조다.
미국과 유럽의 통화 긴축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본만 완화 정책을 고수하면서 엔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일본은행은 지난 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일본은행 단기금리를 마이너스(-0.1%) 상태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금리를 0% 수준으로 유지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연구원은 "일본은행은 여전히 수요 측면의 물가 압력이 높지 않고 글로벌 경제의 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판단했다"며 "완화 기조가 좀처럼 긴축으로 선회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하반기 물가 상승 압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발언이 나오면서,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선회 가능성이 떨어지고 엔화에 약세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최근 원화의 상대적 강세도 원/엔 환율에 하락 압력을 더하고 있다.
원화는 반도체 업황 회복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종료 기대감 등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최근 2개월 가까이 1,300원대 박스권에 머물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1,270~1,280원대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엔화 약세 및 원화 강세 흐름이 장기화할 경우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큰 일부 기업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작년 말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엔/달러 환율 상승률이 1%포인트(p) 오를 때마다 한국 기업 수출 가격은 0.41%p 떨어졌고, 수출 물량은 0.2%p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일부 위원들의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들에 따라 전 거래일보다 10.1원 오른 1,282.0원에 마감했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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