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정찰풍선' 옆으로 치운 채 '대화있는 갈등기'로

입력 2023-06-19 10:58   수정 2023-06-19 11:43

美中, '정찰풍선' 옆으로 치운 채 '대화있는 갈등기'로
블링컨·친강 회담, 돌파구 없었지만 양측 모두 대화유지 강조
옐런 방중·친강 방미 등 후속대화…11월 APEC에 정상회담 할지 주목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미국 국무장관으로는 5년 만에 이뤄진 토니 블링컨 장관의 중국 방문과 미·중 외교장관 회담을 계기로 양국이 '대화 있는 갈등기'로 접어들지 주목된다.
양측 발표에 따르면 18일(이하 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약 6시간에 걸쳐 진행된 블링컨 장관과 친강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회담에서 미국은 동맹국과 힘을 합쳐 중국을 계속 견제할 뜻을 재확인했고, 중국은 대만 문제의 폭발력을 강조하며 미국에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세간의 예상대로 양측은 경쟁과 갈등 중심의 현 미중 전략경쟁 구도에 변화를 불러올 획기적 '돌파구'는 찾지 못한 듯했다.
하지만 양측 모두 지속적 소통을 강조했다.
특히 중국 외교부는 회담 결과 자료에서 "양측은 고위급 교류를 유지하기로 합의했다"며 그 일환으로 친 부장의 미국 답방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또 미중 관계의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국 공동 워킹그룹 협의를 계속 추진하고, 양국 간의 인적 교류와 교육 교류 등의 확대를 장려하는데도 뜻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미국도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의 회담 결과 소개 성명에서 "블링컨 장관은 오해와 오판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외교와 폭넓은 현안에 대한 소통 채널을 열어두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결국 양측은 지난 2월 중국 '정찰풍선'(중국은 과학연구용 비행선이라고 주장)의 미국 영공 침입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기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 경쟁과 갈등 속에서도 대화 채널은 정상 가동한다는 데 뜻을 같이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2월 초로 예정됐던 블링컨 장관의 방중이 정찰풍선 갈등으로 약 4개월 연기되는 동안 양국 관계는 최악의 불신 속에 갈등 현안을 논의할 유의미한 정무 대화가 사실상 부재했던 '위험한 시기'를 보냈다.
지난달 10∼11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간의 '오스트리아 빈 회동'을 계기로 대화의 정상화가 점쳐졌으나, 이달 초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모색됐던 미중 국방장관 회담이 무산되면서 양국 관계는 또 삐걱거렸다.
5월 말 왕원타오 상무부장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 회의(디트로이트) 참석을 계기로 미국 측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각각 만난 데서 나타나듯 중국은 경제 관련 대화에는 적극성을 보이고, 정무·군사 관련 대화에는 냉담한 '정랭경온' 기조로 미국을 대했다.
일단 이번 블링컨 방중을 계기로 양국은 고위급 대화 정상화의 걸림돌이었던 정찰풍선 갈등을 옆으로 치운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블링컨 장관 방중 재추진에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이유 중 하나는 미국이 격추한 풍선에 대한 연방수사국(FBI)의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는 불확실성 우려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정찰풍선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는다는 의중을 미국 측이 중국에 전달했기에 방중이 성사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중 외교장관 회담 직전인 지난 17일(현지시간) "나는 중국 지도부가 풍선이 어디에 있었는지, 풍선 안에 뭐가 있었는지, 어떤 일이 진행됐는지 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내 생각에 그것은 의도적이었다기보다는 당황스러운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정찰풍선 사안을 사실상 정치적으로 종결지었다.
양국은 앞으로 경제는 물론 정무 차원의 대화도 계속 이어갈 전망이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방중 가능성이 계속 거론되고 있고, 양국이 추진에 뜻을 같이한 친강 부장의 방미도 하반기 중 진행될 전망이다.
양국 관계가 어느 정도 '관리' 국면으로 유지될 경우 시진핑 국가주석이 참석 대상인 11월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바이든·시진핑 2차 대면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도 있다.
결국 이번 미중 회담을 계기로 양국 전략경쟁의 본질은 변함이 없으되, 경쟁이 충돌로 비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소통은 유지됨으로써 양국 간 갈등의 예측 가능성과 관리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중 신냉전 구도와 연결된 한중간의 긴장과 갈등 관계에도 변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온다.
미중 간 대화 정상화가 다른 국제사회 현안 해결에 미칠 영향도 관심거리다.
밀러 대변인은 "블링컨 장관은 우려가 되는 몇 가지 현안뿐 아니라 양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며 양국이 공유하는 초국가적 현안에서 협력을 모색할 기회를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블링컨이 언급한 초국가적 현안에는 기후변화, 마약류 관리 등과 함께 국제 비확산 체제를 흔드는 북한 핵·미사일 개발도 포함됐을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은 북한 문제를 대만 문제와 마찬가지로 미중 간의 동북아 군사·안보 경쟁과 연결된 사안으로 보고 있어 미국의 대중국 압박·견제 기조에 변화가 있기 전에는 협력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만만치 않다.
중국 현지에서는 블링컨·친강 회담에 대해 한계는 있지만 의미가 있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대외 강경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19일 자)와 인터뷰한 리하이둥 중국외교학원 교수는 "중·미 외교장관 회담 관련 발표는 앞으로 수개월간 양국의 상호 교류를 진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몇 가지 긍정적인 결과를 담았다"고 평가했다.
유명 관변 언론인인 후시진 전 환구시보 총편집장은 자신의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 채널에 올린 글에서 외교장관 회담에서 양국 간 소통과 교류 관련 합의를 이뤘다는 중국 측 발표를 소개하며 "이번 회담 논의는 괜찮았던 축에 속하는 것 같다"고 썼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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