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정착촌에 건물 4천560채 추가 건설안 다음주 승인 추진
팔레스타인 "국제사회 이스라엘 압박해야"…미국 "평화에 장애되는 행동 반대"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주도하는 이스라엘의 초강경 우파 정부가 점령지인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 유대인 정착촌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일간 하레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네타냐후 총리 주재로 열린 이스라엘 각료회의는 서안 정착촌 계획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고, 국방부 장관의 정착촌 건설 승인권을 국방부 내 서안 민간 업무 담당 장관에게 이양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이스라엘 정부는 국제사회가 불법으로 규정한 서안 점령지 내 정착촌 확장 또는 불법 정착촌 합법화 계획 승인을 5단계로 나눠 진행했다.
각 단계에서 정치적인 배경 등을 고려해 국방부 장관이 반복적으로 승인을 해야 하므로, 국내 국제 여론과 외교·안보 상황 등이 승인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정착촌 확장 계획은 국방부 내 팔레스타인 담당 장관과 각료회의 2차례 승인만으로 가능하게 됐다. 승인 절차만으로 보면 사실상 이스라엘 영토 내 일반적인 개발 허가와 다를 바가 없어졌다.
정착촌 확장 계획 관련 결정의 주체도 바뀌었다.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에게 있던 정착촌 확장 승인권은 국방부 내 팔레스타인 민간 문제를 담당하는 베잘렐 스모트리히 장관에게 주어졌다.
재무장관을 겸하고 있는 스모트리히는 정착촌 운동가 출신의 대표적인 극우 성향 정치인으로 그동안 반팔레스타인 선동에 앞장서 왔다.
그는 정착촌 주민들의 공격을 받은 팔레스타인 마을을 없애야 한다는 발언으로 미국 정부의 비판을 받기도 했고, 지난 3월 프랑스 방문 중에는 "팔레스타인 민족은 시오니즘 운동에 대항하기 위해 지어낸 이야기"라는 망언으로 지탄을 받았다.
스모트리히 장관은 "우리는 정착촌을 계속 개발해 이스라엘의 영토 장악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모트리히 장관은 기존 정착촌 내 4천560채의 건물 추가 건설 계획을 다음 주로 예정된 국방부 민간행정고등계획위원회 안건으로 올리기로 했다. 이 가운데 1천332채의 건물은 이번에 최종, 나머지는 예비 승인 절차를 밟게 된다.
정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정착촌 주민들과 운동가들은 대대적인 환영의 입장을 밝혔지만, 인권 단체와 야권은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비정부기구(NGO) 피스나우의 요니 미즈라히 정착촌 감시 팀장은 "이스라엘은 이제 서안을 완전히 합병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더는 안보와 외교 문제로는 정착촌 확장을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외무부도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 정부의 일방적인 조처를 중단시키기 위해 국제사회에 압박을 가하라고 촉구했다.
미 국무부도 성명을 통해 "두 국가 해법 달성을 더 어렵게 하고 평화에 장애가 되는 이런 일방적 행동에 반대한다"고 못 박았다.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이스라엘은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 등을 점령한 뒤 이곳에 정착촌을 건설해 유대인들을 이주시켰다.
지난 1월 현재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에는 총 144개의 정착촌과 100여 개의 불법 정착촌이 있으며, 요르단강 서안에는 45만여 명, 동예루살렘에는 약 22만 명의 유대인 정착민이 거주하고 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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