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제172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참석차 19일 프랑스 파리로 출국했다. 이번 파리 총회에선 2030년 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유치에 나선 후보국 프레젠테이션(PT)에 한국 측 연사로 나서 부산의 엑스포 유치 의지를 전달하며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이번 PT는 총 4차례 중 마지막 무대로, 윤 대통령은 영어로 PT를 진행하며 현장을 총괄 지휘한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임기 첫해 대통령실에 미래전략기획관 직제를 설치하고 엑스포 유치 관련 상황을 직접 챙겨왔다.
이번 파리 총회는 오는 11월 개최국 결정을 앞두고 유치전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를 반영하듯 경제계 인사 외에 성악가인 조수미와 가수 싸이 등 세계에 널리 알려진 문화인들도 동행해 힘을 보탤 예정이다. 부산시에서도 다채로운 홍보 활동을 펼친다. 파리 지하철과 드골 공항 등 주요 교통망과 쇼핑몰 등지에 광고물을 설치하고 총회장 주변에 '부산로드'를 조성했다. 윤 대통령을 비롯한 민관이 합심해 그야말로 총력전에 나선 모양새다.
파리에선 엑스포 후보국 간 불꽃 튀는 외교전이 전개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20일 PT를 한 뒤 다음 날 파리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부산엑스포의 지향점과 비전을 전하며 지지를 요청할 예정이다. 우리의 최대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실력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후발 주자인 이탈리아에선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참석을 결정했다. 두 나라의 이런 행보에는 판세가 그만큼 유동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유력 주자인 사우디는 한국이 차별화된 전략으로 개도국을 중심으로 지지세를 넓혀나가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국은 오일머니 등 파상적 물량 공세를 앞세운 사우디에 맞서 아프리카와 중남미, 동유럽을 핵심 공략지점으로 삼아 경제성장 노하우 전수와 인적·문화 교류에 주력해왔다. '한강의 기적'과 K-콘텐츠를 앞세운 우리만의 맞춤형 전략이 유치전 종반 들어 효과를 발휘하는 셈이다. 현재 판세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외교가와 경제계에서는 사우디를 향한 추격의 고삐를 더욱 당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지난 14일 부산엑스포 유치 점검회의에서 "야구에서 9회말 투아웃 대역전극을 만들어낸다는 마음으로 나아가자"고 독려했다.
우리는 특유의 막판 뒷심을 앞세워 1981년 88서울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 유치 활동 10개월 만에 이뤄낸 것으로 흔히 '독일 바덴바덴의 기적'으로 불린다. 42년 전과 마찬가지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국민과 기업, 그리고 정부가 '하면 된다'는 각오로 하나로 똘똘 뭉치는 일이다. 한국이 엑스포 유치에 성공하면 하계올림픽과 월드컵축구대회, 엑스포를 모두 개최하는 세계 7번째 국가가 된다. 이번 파리 총회가 엑스포 유치로 가는 결정적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국가 역량을 모으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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