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억지력 필수' 잠수함 지원자 없어 비상
수개월 비밀 작전·원자력 불안감 탓 지원자 적어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영국 해군이 핵 억지력 유지에 필수적인 잠수함 부대원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벤 키 왕립해군 참모총장이 직접 언론에 토로했다.
19일(현지시간) 스카이뉴스,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키 참모총장은 이날 공개된 '더하우스지'와의 인터뷰에서 "잠수함 부대의 인력이 넘쳐나지 않는다"면서 신병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사실상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전쟁을 벌이고 있고, 이는 큰 비밀이 아니다"라고도 말했다.
'침묵의 함대'라고도 불리는 영국의 잠수함 부대는 1969년부터 적의 핵무기 발사를 억지하는 임무를 수행해 왔다.
현재 핵으로 무장한 뱅가드급 잠수함 4척과 재래식 탄두로 무장한 애스튜트급 핵 추진 함대를 운영하고 있다.
영국 국방부는 지난해 5월 핵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해 드레드노트급 잠수함 4척을 새로 건조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들 잠수함 부대의 핵심 임무는 필요한 경우 언제 어느 때고 목표지점에 핵무기를 배치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바다에서 수개월간 가족 등 외부와의 접촉을 끊은 채 비밀리에 작전을 수행해야 한다. 잠수함 근무 지원자가 점점 줄어드는 이유다.
39년간 해군에서 복무한 키 참모총장은 과거 6개월간의 근무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두 살 난 아들이 그를 알아보지 못한 일을 떠올리며 "요즘 신병들은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소통을 더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키 참모총장은 사람들이 원자력을 불안하게 생각하는 것도 인재 확보를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사람이 원자력 개념을 불편해하는 이유를 이해하지만, 바다에서 원자력은 매우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국이 핵무장 강국이 되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부족한 것도 문제라고 꼽았다.
키 참모총장은 잠수함 지원자를 늘리기 위해 일단 잠수함 내부 생활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젊은 나이에 잠수함 부대에 입대할 생각을 하고 있다면 실제 가서 젊은 부대원과 이야기해보고, 그곳 생활이 어떤지 알아보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카이뉴스는 키 참모총장의 인재 영입 노력은 미국·영국·호주의 안보협력체 오커스(AUKUS)가 핵 추진 잠수함 함대를 확장하려는 움직임에 따라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과 호주는 미국의 첨단기술을 도입한 재래식 무장 핵 추진 잠수함 'SSN-AUKUS'를 공동 개발해 2030년대 후반 영국에, 2040년대 초반 호주에 각각 배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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