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힌두문화 확산에 기여" vs 야당 "간디 암살범에 상 주는 꼴"
(서울=연합뉴스) 유창엽 기자 = 힌두 민족주의 성향의 나렌드라 모디가 이끄는 인도 정부가 국부 마하트마 간디를 기리는 '간디 평화상'을 힌두교에 관한 책을 많이 낸 출판사에 주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여야간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방송매체인 NDTV 등 인도 매체들은 19일(현지시간) 제1야당 인도국민회의(INC) 소속 연방상원 의원인 자이람 라메시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고 전했다.
앞서 모디 총리를 단장으로 한 간디 평화상 심사위원단은 전날 '2021 간디 평화상' 수상자로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 고라크푸르에 본사를 둔 '기타 프레스'를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간디 평화상은 인도 정부가 간디를 기리는 의미에서 탄신 125주년을 계기로 1995년부터 단체나 개인에게 매년 주는 상이다. 기존 수상자들에는 인도우주연구소(ISRO)와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등이 포함돼 있다.
INC 중견 지도자인 라메시는 트위터 글에서 정부가 기타 프레스에 간디 평화상을 주기로 결정한 것은 힌두 민족주의자 V.D. 사바르카르(1883∼1966)와 간디의 암살자 나투람 고드세(1910∼1949)에게 그 상을 주는 것과 같다고 맹비난했다.
인도 정치인이자 사회운동가인 사바르카르는 영국 식민지배 시기이던 1922년 수감됐을 당시 힌두 민족주의 정치 이데올로기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의 멘티로 역시 힌두 민족주의자인 고드세는 인도가 영국 식민지배에서 벗어나 독립한 이듬해인 1948년 1월 수도 뉴델리에서 힌두교 신도와 무슬림간 통합과 일치를 주장해온 간디를 총으로 암살했다.
라메시 의원은 또 2015년 언론인 악샤야 무쿨이 발간한 책을 언급하면서 이 책에는 기타 프레스와 간디가 언쟁을 벌인 사실도 담겨 있다고 지적했다. 즉 간디와 말다툼까지 벌인 출판사에 간디 이름의 상을 준다는 것은 이치상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여당인 인도국민당(BJP) 측은 즉각 반발했다. 기타 프레스가 그간 힌두 문화 보전과 발전에 크게 기여했는데도 라메시 의원이 터무니없는 공격을 한다는 것이다.
BJP 소속인 히만타 비스와 사르마 아삼주 주총리는 트위터 글에서 "(최근 남부) 카르나타카주 선거에서 이긴 INC가 (기가 살아) 이제 공개적으로 인도 문명의 가치와 풍부한 유산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켰다"고 날을 세웠다.
사르마 주총리는 "인도 국민들이 이러한 공격에 저항하고 우리 문명의 가치를 재확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BJP 지도자들도 라메시 의원을 비난하는 대열에 합류하면서 INC를 "힌두 증오 정당"이라고 깎아내렸다.
이번 간디 평화상 수상자 결정과 관련해 모디 총리는 트위터 글에서 기타 프레스가 세계 최대 출판사들 가운데 하나로 지난 100년에 걸쳐 사회적, 문화적 변화를 진전시키는 과정에서 "칭찬받을만한 일"을 많이 했다고 추켜세웠다.
인도 정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2021 간디 평화상은 기타 프레스가 진정한 의미에서 간디의 삶을 전형화시키는 인간애를 집단적으로 확산하는 데 중요하고 필적할 수 없는 기여를 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로 창사 100주년을 맞은 기타 프레스는 그간 힌두교와 관련해 많은 서적을 냈다. 기타 프레스는 상을 받는 것은 큰 영광이라고 밝히면서도 기부를 받지 않는 자체 전통에 따라 1천만 루피(약 1억6천만원)의 상금은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NDTV 등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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