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경수현 특파원 = 일본에서 장애인들의 불임시술을 강제한 구(舊) 우생보호법의 문제를 정리한 국회 보고서가 나왔다.
20일 마이니치신문과 도쿄신문 등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보고서는 19일 중의원과 참의원 의장에게 각각 제출됐다.
일본 국회가 과거 입법 과정 등을 되돌아보는 조사를 한 것 자체는 이례적인 일로 재발 방지를 위해 참고하려는 취지다.
일본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뒤 인구가 급증하는 가운데 '불량한 자손 출생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1948년부터 1996년까지 시행된 구 우생보호법에 따라 유전성 질환자, 지적장애인 등을 상대로 강제 임신중절·불임 수술이 광범위하게 시행됐다.
하지만 나중에 피해자의 소송이 잇따르자 일본은 2019년 피해자구제법을 제정했으며, 2020년 국회 사무국이 구 우생보호법의 문제점과 입법 과정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이 법에 따라 불임수술을 받은 2만4천993명 중 강제로 수술을 받은 경우가 무려 1만6천475명에 달했다.
10대 이하 젊은이의 피해 사례만 2천714건에 달했고 최연소 피해자는 고작 9살이었다.
의원 입법 형식으로 도입된 구 우생보호법의 국회 심의 과정에서는 비판적인 의견도 전혀 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 정부는 이 법 시행 초 부득이한 경우 수술 대상자를 속여도 된다고 시달했으며, 실제 맹장 수술 때 본인 모르게 불임수술을 당한 사례도 있었다. 원칙적으로는 인정되지 않는 자궁이나 고환 적출을 한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1천400쪽에 달하는 이번 보고서에도 반인륜적인 구 우생보호법의 도입과 시행을 둘러싼 정부와 국회의 책임 소재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고 도쿄신문은 지적했다.
또 피해자에 대한 청취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 등도 이번 보고서의 한계로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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