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보수 축소 신고 등 혐의로 조사를 받던 일본에서 은밀하게 탈출해 중동 국가 레바논에 머물고 있는 카를로스 곤 전 닛산 회장이 회사 등을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곤 전 회장은 지난달 18일 레바논 법원에 닛산과 관계자 등을 상대로 10억달러(약 1조2천800억원)가 넘는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곤 전 회장은 소장에서 "나를 향한 심각하고 민감한 주장들은 몇 년 동안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이라며 "비록 의혹뿐이지만 이는 지속해 영향을 미칠 것이고, 이 때문에 나는 평생 고통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이 입은 경제적 손실 5억8천800만달러(약 7천500억원)에 징벌적 손해배상액 5억달러(약 6천400억원)를 닛산 측에 요구했다.
곤 전 회장은 소장에서 회사 임직원 수십명을 자신을 회사에서 쫓아내려 한 선동자, 이를 처음 실행에 옮긴 자, 기소를 피하기 위해 일본 검찰에 협력한 자 등으로 구분해 열거했다.
레바논 검찰은 곤 전 회장이 제기한 소송 관련 첫 공판을 오는 9월에 열기로 했다.
그러나 닛산 측의 법률 대리인은 아직 정식으로 소장을 받지 못한 만큼 소송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곤 전 회장은 2018년 11월 자신의 보수를 축소 신고해 금융상품거래법을 위반한 혐의 등으로 도쿄지검 특수부에 체포됐다가 이듬해 3월 보석금을 내고 석방됐다.
그는 2019년 12월 악기 상자에 몸을 숨긴 채 임대한 개인용 항공기에 탑승한 뒤 일본 오사카에서 출발해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도착했으며 뒤이어 비행기를 갈아타고 자신이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자 일본과 범죄인 인도 협정을 맺지 않은 레바논으로 도주했다.
여러 나라에서 송사에 휘말린 그는 2021년 5월 프랑스 조사관들의 신문에 응하기 전 외신과 인터뷰에서 자신에게 씌워진 혐의가 모두 닛산 경영진 및 관리들의 음모라고 주장했다.
당시 그는 "큰 피해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혐의)에 대해 내가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들이 바로 음모를 꾸민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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