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계약 종료해도 2023-2024 시즌 오프닝·유럽 순회공연 등 이끌 예정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 최정상급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81)가 이달 말일부로 미국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CSO)의 10번째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내려온다.
CSO 운영 주체인 CSOA(The CSO Associate) 발표에 따르면 무티가 이끄는 CSO는 오는 23일(현지시간)부터 25일까지 '시카고 심포니 센터'에서 2022-2023 시즌 마지막 정기공연을 펼친다. 연주곡은 베토벤 '장엄미사'(Missa Solemnis)가 엄선됐다.
이어 무티와 CSO는 오는 27일 시카고 도심 공원 밀레니엄파크의 야외 공연장 '제이 프리츠커 파빌리온'에서 열리는 주민 대상 무료 콘서트를 끝으로 13년간 이어온 공식 계약 관계를 마무리한다.
CSOA는 "무티는 2010년 9월 밀레니엄파크에서 주민 대상 무료 콘서트로 CSO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로서의 '첫발'을 뗀 바 있다. 당시 2만5천여 명이 무티의 공연을 보기 위해 모여들었다"며 27일에도 무티의 '피날레'를 지켜보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모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CSO는 당분간 계속 '무티의 악단'으로 남아있을 예정이다.
CSOA는 아직 무티 후임을 발표하지 않았으며 오는 9월 시작되는 CSO 2023-2024 시즌 오프닝과 특별공연, 10월 카네기홀 공연, 2024년 1월에 있을 유럽 순회공연 등을 무티가 이끈다고 공지했다.
무티는 '수석 객원 지휘자' 타이틀을 달고 CSO를 지휘하게 된다.
CSOA는 이후 뉴욕필하모닉 음악감독 얍 판 츠베덴(63·서울시향 차기 음악감독), 전 CSO 음악감독 대니얼 바렌보임(80),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음악감독을 지낸 마이클 틸슨 토머스(MTT·78), BBC 심포니 앤드루 데이비스(79) 등 유명 지휘자들이 객원 지휘자로 무대에 서는 공연 일정을 짜 둔 상태다.
음악전문매체 '뉴시티뮤직'은 "무티와 CSO의 조합은 절정에 이른 상태이고, 음악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며 "CSO 단원들이 무티를 무척 좋아하고 무티 역시 그들에 대한 애정이 크기 때문에 공식 계약은 종료됐어도 둘의 관계가 최소 2년은 더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CSOA는 무티 후계자 지명을 서두르지 않고 있는 것 같다"며 "공식 계약 종료 이후에도 무티가 'CSO 간판' 역할을 하는 한, 무티의 이름값과 인기를 누리면서 음악감독 고액 연봉은 아낄 수가 있다"고 해석했다.
무티는 2020년 7월 80번째 생일을 앞두고 시카고 지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50여년간 세계 곳곳에서 음악감독으로 일했다. 인생 말년에는 나 자신을 돌보며 살아보고 싶다"며 시카고를 마지막 행선지로 은퇴할 의사를 시사한 바 있다.
레너드 번스타인,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이후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 지휘자로 일컬어지는 무티는 1986년부터 2005년까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라 스칼라 오페라 하우스'의 음악감독을 지냈고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하모닉, 빈 필하모니 등을 이끌었다.
CSO와는 1973년 시카고의 야외 음악 축제 '라비니아 페스티벌'(Ravinia Festival)에서 객원 지휘자로 첫 인연을 맺었다. 이후 34년 만인 2007년 순회공연을 같이 하고 2008년 CSO 음악감독직을 수락했다. CSOA는 무티의 연봉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부임 첫해인 2010-2011 시즌 연봉은 220만 달러(약 28억 원)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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