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 위해 인권 외면' 지적에 美의원들 "인권문제 다뤄라" 촉구
백악관 "모디 방미, 중국 관한 것 아니고 대중 메시지도 아냐"
방미 첫날 머스크 만나…머스크 "테슬라, 인도 진출할 것"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미국과 인도가 '중국 견제'를 매개로 빠르게 밀착하는 가운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0일(현지시간) 닷새 일정의 국빈 방문을 시작했다.
이날 오후 뉴욕에 도착한 모디 총리는 세계 요가의 날 기념식 등에 참석한 뒤 워싱턴DC로 이동,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회담하고 저녁 식사를 함께할 예정이다.
21일 저녁에는 국빈만찬에 참석하고, 22일에는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한다. 모디 총리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기인 2016년 방미 당시에도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한 적이 있다.
로이터 통신은 미 의회가 모디 총리에게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 초청을 보낸 것은 "한때 인권 관련 우려로 미국 입국 비자 발급이 거절됐던 지도자에게 흔치 않은 예우를 보인 것"이라고 짚었다.
이번 국빈 방문은 미국과 인도 양국 관계가 깊어지고 협력이 다각화하는 이정표가 될 것으로 전망돼 왔다.
구체적으로는 방위산업과 첨단기술 부문 관련 협력을 확대하고, 미국이 동맹이 아닌 국가와는 쉽게 공유하지 않았던 일부 핵심 기술에 인도가 접근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모디 총리는 출국 전 배포한 성명에서 "이 특별한 초대는 민주국가인 두 나라 간 동반자 관계의 힘과 활기를 반영한 것"이라면서 "(양국 간) 무역 및 투자 관계를 개선하고 탄력적인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선도적 최고경영자(CEO) 몇몇도 만날 것"이라고 했다.
모디 총리는 이날 저녁 뉴욕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만나 인도 내 생산기지 설립 계획과 관련한 대화를 나눴다. 머스크 CEO는 "매우 좋은 대화를 나눴다"면서 "테슬라가 인도에 진출할 것으로 확신하며, 인간적으로 가능한 한 빨리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디 총리의 이번 방미는 작년 12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 들어 세 번째 국빈 방문이자 인도 총리로는 역대 세 번째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과 인도의 유대 강화와 냉전 시절 반대 진영에 속했던 두 나라가 얼마만큼 거리를 좁혔는지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미국은 인도를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 확장에 맞서기 위한 핵심 협력국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일부 분석가들은 인도가 대만 문제 등과 관련해 중국에 맞설 의지가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미 정계에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서 인도가 보인 모습과 관련해서도 우려가 나온다.
인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철군을 요구하는 유엔 결의안 채택 과정에서 기권표를 던졌고 서방의 대러 제재에도 동참하지 않은 채 '외교적 해법'을 주장해왔다.
다른 한편에선 가격이 하락한 러시아산 원유 등을 대거 사들여 서방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모디 총리가 이끄는 힌두 민족주의 성향의 인도국민당(BJP)이 종교·언론 탄압을 자행한다는 논란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민주당 소속 상·하원 의원 75명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에게 연명 서한을 보내 모디 총리와의 회담에서 인권 문제를 거론할 것을 촉구했다. 의원들은 모디 정권의 '종교적 무관용'과 언론 자유 및 인터넷 접속 제한, 시민사회단체 억압에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미 정부 당국자들은 인도가 인도·태평양 역내 안보에 기여하고 자국의 국익을 수호할 수 있을 정도로 부강해진다면 미국에도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존 커비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번 국빈 방문이 "자유롭고 개방되며 번영하고 안전한 인도·태평양에 대한 양국 공통의 의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도와의 관계 강화 목적이 중국 견제에 있다는 관측에 대해서는 "이번 국빈 방문은 중국에 관한 것이 아니고 중국에 메시지를 보내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답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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