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살 교통사고로 모친 떠나보낸 '충격'…술·마약 중독 '골칫덩이'
트럼프 단골 공격대상…유죄인정 대신 징역 면하면서 집중공세 재직면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53)이 탈세 혐의와 총기 불법소지 혐의를 인정하고 처벌 수위를 낮추기로 연방검찰과 합의하면서 내년 재선 선거를 앞둔 아버지에게 다시금 '아픈 손가락'이 됐다.
헌터 관련 의혹을 정조준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은 '부패한 바이든 법무부'가 행정부가 대통령 아들의 의혹을 덮고 있다고 공세를 지속하고 있어 차남 관련 이슈는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선거운동에 지속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헌터는 바이든 대통령의 불운한 가족사 한 가운데에 놓여 있는 인물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의원 당선 한 달만인 1972년 12월 교통사고로 아내와 13개월 된 딸을 잃었는데 당시 차량에는 헌터도 함께 타고 있었다.
당시 겨우 3세였던 헌터는 이 사고로 두개골 골절상을 입고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예일대 로스쿨을 나와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지만, 젊은 시절 그는 아버지의 자랑이었던 형 보 바이든의 그늘에 늘 가려 있던 존재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그의 장남을 두고 '언젠가 미국 대통령이 될 인물'이라며 끔찍이 아꼈다.
유년 시절 겪은 충격 탓인지 헌터는 젊은 시절부터 술에 빠져 살았고 마약에도 손을 댔다.
그는 2014년 코카인 양성 반응으로 해군 예비군에서 불명예 전역하는 등 잇따라 구설에 오르며 아버지를 난처하게 했다. 그 사이 20년간 이어온 결혼생활이 파경을 맞기도 했다.
그는 재활 치료에 들어갔지만 2015년 형이 뇌암으로 사망한 후 이듬해인 2016년 또다시 중독에 빠졌다.
2021년 낸 회고록에서 그는 마약 중독자였던 자신의 추한 모습을 고백하기도 했다. 15분마다 크랙 코카인을 흡입했고 길거리 마약상과 같이 살기도 했으며, 형수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기도 했다고 어두운 과거를 털어놨다.
그는 2020년 대선 기간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의 단골 공격 소재가 됐다.
공화당은 헌터가 아버지의 부통령 재임 시절 우크라이나 에너지기업 부리스마 홀딩스 임원으로 영입된 것을 둘러싸고 각종 의혹을 줄기차게 제기해왔다.
대선을 불과 3주 앞둔 2020년 10월 보수성향 매체 뉴욕포스트는 헌터로 추정되는 인물이 마약을 흡입하면서 신원미상의 여성과 성행위를 하는 영상, 헌터와 우크라이나 기업의 유착 관계를 입증할 이메일 등이 저장된 노트북이 델라웨어의 한 컴퓨터 수리점에서 발견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헌터가 탈세 등 혐의를 인정하기로 함으로써 지난 5년간 이어져 온 자신을 향한 연방검찰의 수사는 일단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헌터는 2018년부터 탈세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아왔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기간에 임명된 데이비드 웨이스 델라웨어주 연방검사장이 수사를 지휘했다.
법정에서 1년 징역형을 받을 수도 있는 탈세 혐의를 헌터가 사전 심리절차에서 유죄로 인정함에 따라 법무부가 24개월 보호관찰 처분 수준의 처벌을 권고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AP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 언론은 헌터가 혐의를 인정해 백악관에 부담이 됐을 긴 법정 다툼을 피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국 국민 중 상당수는 헌터가 받는 추가 의혹과 관련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하버드대 미국정치연구소(CAPS)와 여론조사기관 해리스폴이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의 63%는 헌터가 불법적인 영향력 행사에 연루됐다고 생각한다고 답했고, 53%는 아버지 바이든 대통령도 부통령 재임 시절 어떤 식으로든 비위에 연루됐을 것이라고 답했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의 비위가 드러난 것 없이, 또 그의 아들이 수감되는 일도 피한 채 이번 합의로 5년에 걸친 수사가 끝났다"며 "다만, 다른 한편으로 이 때문에 헌터가 다시 바이든 적들의 십자포화에 놓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즉각 공세를 재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 플랫폼인 '트루스소셜'에 "부패한 바이든 법무부가 헌터 바이든에게 고작 교통법규 위반 티켓을 발부함으로써 수백 년 (징역형)의 형사책임을 면제해줬다. 우리의 (법)시스템이 고장 났다"고 비난했다.
다만, 이번 헌터의 유죄 인정이 향후 대선 가도에서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버락 오바마 정부 여론조사 담당관이었던 코넬 벨처는 NYT에 "공화당은 헌터 바이든에게 '올인'하고 그를 난타하고 있지만, 일반 유권자가 이 이슈에 영향을 받을 것이란 증거는 많지 않다"라고 분석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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