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법적토대' 상호방위조약 체결 직후 美 초심 보여주는 방한 기록
美닉슨 재단, 이승만 전 대통령 한국 재건 계획 문건 '리플랜' 원본도 공개
(요바린다[미 캘리포니아]=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우리 두 나라의 국민은 공산주의 침략에 맞선 투쟁에서 공동의 노력으로, 그 투쟁에서 우리의 가장 소중한 보물인 젊은이들의 생명을 바쳤다는 사실에 의해 하나로 튼튼하게 묶여 있습니다."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은 1953년 11월 당시 부통령 신분으로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이런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해 10월 70년 한미동맹의 법적토대가 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된 직후였다.
70년 전의 이 성명 내용은 워낙 오래전 자료인 데다 디지털 자료로 구축되지 않은 탓에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 자료를 소장한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 기념 도서관·박물관(이하 닉슨 도서관)과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이 20일(현지시간) 이 도서관에서 열린 한미동맹 70주년 기념행사 후 한국 언론에 공개했다.
전후 재건 의지와 함께 한미동맹이 본격 태동했을 당시 미측의 초심을 보여주는 대목인 셈이다.
닉슨 도서관은 닉슨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인근 요바린다시에 건립돼 있으며, 닉슨 재단이 운영하고 있다. 소장 자료는 국가 기록물이어서 NARA가 공동으로 관리하고 있다.
닉슨 전 대통령은 1953년 당시 부통령 자격으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을 대신해 극동 아시아 순방 지역의 하나로 한국을 찾았다.
닉슨 당시 부통령은 이 성명에서 "상호 헌신과 존중으로 묶인 유대는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닻을 내렸기 때문에 결코 파괴될 수 없다"며 "나는 미국이 한국민의 우정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고 있는지 얘기하고, 전쟁에서 함께 싸웠던 것처럼 평화 속에서도 계속 협력하기를 희망한다는 것을 확언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고 밝혔다.
또 "전쟁에서 함께한 희생과 평화 속의 공동 경제 재건 노력은 양국의 우정과 존중의 시작일 뿐"이라며 "이는 앞으로의 어려운 몇 달과 몇 년을 함께 헤쳐 나가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닉슨 도서관 측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전후 한국 재건 계획을 담은 문건인 '리 플랜'(The Rhee Plan) 원본도 공개했다. 이 자료는 사본 전문이 온라인상에 이미 공개돼 있다. 하지만 원본을 일반에 공개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도서관 측은 밝혔다.
1953년 12월 모두 13장으로 작성된 이 문건은 2억5천만달러의 미국 자본으로 KRFC(Korean Reconstruction Finance Corporation, 한국재건금융공사)를 설립해 한국의 기업과 산업의 자본주의적 기틀을 마련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KRFC를 통해 새롭게 조직되는 한국 기업들에 중장기 융자를 제공해 산업을 육성하는 방안과 미국 기업이 이 새로운 한국 기업들의 일부 주식 지분 소유권을 갖고 경영을 지도하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또 민간 기업들에는 주식 지분 소유권을 절반씩 나누는 조건으로 재정·경영 지원을 제공하는 방안도 담겼다.
실제로 이듬해인 1954년 이승만 전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한미 합의의사록이 조인되면서 미국은 한국에 4억2천만달러의 군사 원조와 2억8천만달러의 경제 원조를 제공하게 된다. 한국이 미국과 협력하고 한국군을 유엔사령부의 작전지휘권 하에 남겨 둔다는 조건 하에 이뤄진 합의다.
아울러 이날 공개된 자료 중에는 닉슨 전 대통령의 방한 기간 일정표와 당시 한국 정부 각 부처 장관들의 명단을 적은 문서, 서울에서 가볼 만한 사적지에 대한 설명 등이 담긴 서류도 있었다.
도서관 측은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해 닉슨 전 대통령의 방한 당시 모습이 담긴 사진들을 작게 전시하는 공간도 마련했다.
닉슨 도서관의 자료 담당자 데레사 마르티네스는 "우리가 소장하고 있는 자료의 양이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관련 분야 연구자들 외에 일반에는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던 자료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곳의 소장 자료가 국가별로 정리돼 있지 않아 확실하게는 알 수 없지만, 한국 관련 자료는 모두 1만여점 정도로 추산된다"며 "디지털화 작업은 아직 초기 단계"라고 덧붙였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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