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의원회관서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의 본질과 이후' 집회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100주년을 맞은 간토대지진 당시 일본에서 이뤄진 조선인 학살의 역사를 부정하고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하면 폭력이 지속해서 재생산될 것입니다."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 계열 조선대학교 정영수 강사는 21일 도쿄 참의원(상원) 의원회관에서 열린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의 본질과 이후' 집회에서 일본 사회 일부에서 최근 조선인 학살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배경에 역사수정주의가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역사수정주의는 정설이 된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거나 바꾸려는 움직임으로, 일본 정부는 자국 중심 사관과 역사수정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간토대지진은 일본 수도권이 있는 간토(關東) 지방에서 1923년 9월 1일 발생했다. 지진으로 10만여 명이 사망하고, 200만여 명이 집을 잃었다.
일본 정부는 당시 계엄령을 선포했고, 일본 사회에는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거나 '방화한다' 같은 유언비어가 유포됐다. 이러한 헛소문으로 조선인 6천여 명과 중국인 약 800명이 자경단 등에 의해 살해됐다.
하지만 우익 사관을 따르는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는 조선인 학살과 관련해 "무엇이 명백한 사실인지는 역사가가 밝혀야 한다"며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 추도문을 보내지 않고 있다.
정 강사는 역사수정주의 노선을 추종하는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의 진실',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은 없었다' 같은 책이 발간되면서 일부 일본인들이 조선인 학살과 관련해 "여러 학설이 있다"는 억지 주장을 펴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여러 설을 운운하는 발언은 역사 연구자를 놀라게 했다"며 "간토대지진 당시 국가가 학살을 주도했고 민중이 이에 가담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간토대지진 100주년을 맞아 일본 정부와 사회는 조선인 학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다른 민족을 배제하려는 생각을 극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간토대지진 100주년 조선인 학살 사건 추도와 책임 추궁 행동 실행위원회'가 주최한 이날 집회에는 일본 국회의원 약 10명이 참석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소속 곤도 쇼이치 중의원(하원) 의원은 "역사는 기억과 기록"이라면서 조선인 학살에 대한 기록을 만들어 과거와 마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회민주당 오쓰바키 유코 참의원 의원은 일본 정치가 혐오 발언인 '헤이트 스피치'를 만들었다면서 "혐오와 확실히 싸우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역설했다.
후지모토 야스나리 '포럼 평화·인권·환경' 공동대표는 "일본에서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지속되는 배경에는 식민지주의가 있다"며 "조선인 학살이라는 '제노사이드'의 책임은 일본 정부가 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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